집값ㆍ전셋값 급등에… 아파트 경매시장 "앗! 뜨거"

입력 2021-0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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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경매 응찰 경쟁률 '쑷'
나오는 족족 팔린 서울 경매 아파트
10건 중 7건 낙찰… 지난달 낙찰률 75%

지난달 25일 서울 북부지방법원 경매9계에 나온 성북구 두산아파트 전용면적 84㎡형 경매 물건에는 32명이 응찰했다.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감정가(4억7400만 원)의 2배 가까운 8억3990만 원에 낙찰댔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무려 177%에 달했다.

이 보다 앞선 20일 경매에 부쳐진 구로구 개봉동 삼환아파트(전용 114.5㎡)는 22명이 달라붙어 경쟁을 벌인 끝에 6억8111만 원에 새 주인을 맞았다. 낙찰가율이 122%로 감정가(5억6000만 원)보다 1억2000만 원 가량 비싼 값에 팔렸다. 동대문구 청량리 미주아파트(전용 101㎡)와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한화꿈에그린(전용 84㎡) 역시 최근 감정가 대비 2억 원 가량 비싸게 팔려나갔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경매에 뛰어드는 수요가 늘면서 입찰 경쟁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집값 상승과 전세난으로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2ㆍ4 공급 대책이 과장된 목표치에 불과하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앞으로 경매시장은 더 뜨거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경매 전문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입찰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75%를 기록했다. 2018년 10월(79.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법원 휴정 영향으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는데도 10건 중 7건이 낙찰됐다. 경매 물건으로 나오는 족족 팔렸다는 뜻이다.

이 기간 평균 응찰자는 경매 물건당 10.8명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응찰자 수가 두 자릿수를 보인 건 1년 4개월만에 처음이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7%로 전달(110%) 대비 낮아졌다는데도 낙찰률과 응찰자 수는 되레 늘었다. 응찰자는 몰리지만 웃돈을 크게 얹지 않는다는 건 실수요자가 그만틈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경매에 뛰어드는 수요가 늘면서 입찰 경쟁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밀집지역. (사진 제공=연합뉴스)

가격 싸고 거래 제한 등 규제 없어
내집 마련ㆍ시세 차익 기대수요 커

아파트 경매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바로 값이 저렴해서다. 서울 아파트값은 물론 개정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여파로 전셋값까지 치솟자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오는 경매 아파트가 내집 마련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 지난달 경매로 나온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전용 84㎡)에 응찰자가 몰린 것도 내 집 장만과 함께 시세 차익까지 기대한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2018년에 책정된 감정가로 경매에 나왔는데, 주변 시세보다 절반 가량 쌌다. 이 아파트의 현재 호가는 최고 9억5000만 원 수준이다.

경매 아파트는 거래 허가를 받지 않는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아파트를 살 때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과 달리 경매로 아파트를 낙찰받으면 이같은 허가가 필요 없다. 오명원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아파트 자금 대출은 기존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과 똑같이 적용된다"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거래가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매 아파트는 자금조달계획서도 쓸 필요가 없다. 최근 경매 컨설팅 업체에는 경매 아파트 증여에 대한 컨설팅 문의도 적지 않다. 실제로 자녀가 아파트 경매 신청을 한 뒤 부모가 경매 대금을 치러는 경우도 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매 아파트가 실거래 신고 대상은 아니지만 얼마에, 누구에게 낙찰됐는지 등 정보가 그대로 남는 만큼 과세 당국이 의심스러운 거래로 포착할 수 있다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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