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교수 “한은, 국채 무이자로 직접 매입하라”

입력 2021-0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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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도 명시” 4차 재난지원금에 소환된 한은법 제75조
최소 85조 가능, 돈 유통속도 낮아 하이퍼인플레 우려 없어
유통시장 단순매입보다 정부 이자부담·외환위기 가능성 줄여..가계 직접지원 가능
한은 발권력도 조세권 바탕 주인은 국민..재정·한은 및 금융 민주화 주장

▲지난달 10일 오전 계속되는 한파와 코로나19로 인해 명동거리가 한산하다. 정부는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대상 3차 재난지원금을 11일부터 지급한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국은행은 국채를 무이자로 직접 인수하라.”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유튜브채널 ‘최배근TV’에서 “한은 발권력은 조세권을 바탕으로 하며 주인은 국민”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4차 재난지원금과 자영업자 손실보상제가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을 보면 ‘국가는 손실보상금 및 위로금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발행한 국채는 한국은행이 매입하며, 매입 금액은 정부 이관 후 소상공인 및 국민에게 지급한다’고 명시해 자영업자 손실보상 재원을 한은 발권력으로 조달토록 규정하고 있다.

최 교수는 “민생이 안정돼야 재정도 안정된다. 가계가 붕괴되면 재정도 붕괴된다”며 “없는 법도 만들어야 하는데 한은법에 (이미) 있다. 중앙은행 태동 배경”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정부 여신 등을 규정한 한은법 제75조를 보면 ‘정부로부터 국채를 직접 인수할 수 있다’며 ‘국회가 의결한 기채 한도를 초과할 수 없다. 이율이나 그 밖의 조건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올 상황에 대입해보면 지난해말 국회가 의결한 올 국고채 발행계획물량 176조4000억원 전액을 금통위가 금리를 정해 한은이 직접 인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추가경정예산으로 국고채 발행물량이 늘어나도 국회가 의결했다는 점에서 한은의 직접 인수에 법적 제한은 없는 셈이다.

(한국은행, 통계청)
그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규모로 85조원을 제시했다. 설령 이보다 더 많은 규모를 편성하더라도 한은 직매입을 반대하는 대표적 논리인 하이퍼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미국과 일본, 유럽이 10년 이상 양적완화 즉, 돈을 엄청 찍어냈어도 중앙은행 물가 목표치인 2%를 넘어선 적이 거의 없다”며 “한국도 돈의 유통속도가 낮아 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인플레가 어느 정도 생기는게 좋다. 국민에게 나눠주는 방식이 아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인플레는 안 일어난다. 돈을 공급해도 돈이 안돌고 부유층으로만 가기 때문이다. 주식과 부동산시장으로만 가 자산불평등이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의미하는 대표적 지표인 본원통화 대비 광의통화(M2) 비율인 통화승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0.9배에서 작년 11월 14.4배까지 떨어진 바 있다. 소비자물가(CPI)는 1월 전년동월대비 0.6% 상승에 그쳐 넉달째 0%대 상승세에 그치고 있다. 물가가 한은 목표치인 2%를 넘긴 때는 2018년 11월(2.0%) 이후 없었다.

최 교수는 한은이 국고채를 직매입하는 것이 유통시장에서 단순매입 하는 것보다 유리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론적으로 무이자로 매입할 수 있어 정부의 이자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또, 외국인의 국채인수를 방지해 대규모 외인자금 유출에 따른 외환위기를 방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를 통해 조달한 재원으로 선별지원이 아닌 전국민지원이 가능하다고 봤다.

한은의 국채 직매입을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최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마음대로 못쓰게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며, 금융기득권층이 마음대로 돈벌이를 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부문을 떠맡는다. 정부가 돈을 못 쓰면 모두가 시장을 상대로 살아가야 되는데 시장은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고, 이용하는 사람도 이자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있다”며 “시장은 누가 돈이 많으냐에 따라 돈의 배분이 이뤄지는 세상이다. 힘없는 보통사람들은 돈 많은 사람들에게 항상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조치가 유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 최 교수는 “대한민국이 미국과 유럽을 쫓아 K방역을 만들어냈냐”면서 “선도할 수 있다. 작년 소멸성 지역화폐를 줄 때 외신에서 굉장히 창조적인 경제정책이라 했다. 경제정책도 창조적인게 필요하다. 코로나 재난도 경험해봤던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세상 전개에선 정책도 새로워야한다”고 말했다.

(제공 = 한국은행)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재정과 한은, 금융의 민주화가 절실하다고 봤다. 최 교수는 “재정과 금융은 불평등의 뿌리다. 뿌리 뽑지 않는 이상 경제민주화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앞선 방송에서도 재정 및 한은 혹은 금융 민주화와 함께 미국과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가계지원에 초점을 맞춘 양적완화를 주장한 바 있다. 지역밀착형 지역공공은행 설립과 기본대출권 도입이 필요하다고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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