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자산운용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정권에 '전전긍긍'

입력 2021-0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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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경제단체 간담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부동산 개발사업을 영위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정권에 들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통상 상업 부동산 개발 시 자산운용사, 건설사 등 다양한 주체가 투자자로 참여하는데 법의 해석 범위에 따라 단순 투자자도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책임소재를 두고 업계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대비책 마련도 어려운 모양새다.

지난달 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공포안(중대재해법)’ 국회를 통과하고, 19일 국무회의도 넘어섰다. 내년부터는 노동자가 산업 재해로 사망할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 경영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애초 건설업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의 적용 범위가 시행사, 시공사 등에 한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의 초점이 사업자, 경영책임자를 직접 처벌하는 것으로 맞춰지면서 투자자 측도 면책이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4일 “아직 판례가 없어서 정리하기 힘들지만,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자산운용사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며 “작은 개발사업에도 다양한 주체가 단계별로 참여하는데 과연 어디에 책임을 묻겠다는 건지 내부에서도 법리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해당 법안이 규정하는 처벌 주체가 모호해 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이 지켜야 할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책임 주체 가리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다.

중대재해법 적용 범위를 두고 업계 내부에서도 해석이 엇갈리면서 대비책 마련도 난항을 겪고 있다. 중대재해법 의무사항으로는 ‘안전보건관리 체계구축 및 이행’ 관리 계획을 작성하고, 이사회에 보고 후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만약, 자산운용사도 중대재해법에 대비하려면 최소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미리 선임해야 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자산운용업계는 소수 회사로 구성돼 한 곳에서 시작하면, 다른 곳도 따라할 수밖에 없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못할 건 아니지만,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는 것조차 미리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굳이 공표할 필요가 있을까를 두고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만약 벌금을 받을 경우, 자산운용사의 성적표인 투자수익률과도 직결돼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자산운용사의 경우, 기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부동산 투자, 운용을 집행한다. 벌금을 포함해 예상 수익률을 계산할 경우, 향후 기관투자자 자금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돈 놓고 돈 먹기’와 비슷한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수익만 챙기고, 사고 발생에는 발을 빼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사고가 나더라도, 사고비용이 수익률을 많이 감소시키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책임선이 불분명한 법안 제정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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