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개미가 온다]① “인형 선물요?, 쳇 '10만전자' 주식 주세요”

입력 2021-01-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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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직장맘 이모(41)씨는 최근 초등학교 5학년인 딸에게 50만 원을 주고 주식투자를 시켰다. 신문 경제면을 틈나는 대로 읽게 하는 한편, 증권사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교육을 한 뒤 스마트폰으로 직접 주식투자를 하게 한 것. 이 씨는 “아파트는 못 물려 주지만 주식을 통해 흙수저에서는 벗어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은 미성년자 주린이(주식+어린이)가 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5개 증권사(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의 2020년 미성년 신규 주식 계좌 개설 건수는 26만5841개로 전년(2만6451개)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서 8월까지 미성년 주식 계좌의 예수금 총액은 2751억 원 증가했다. 매달 평균 344억 원씩 늘어난 셈인데, 작년 한 해 늘어난 예수금 총액(370억 원)에 맞먹는다. 부모나 조부모에게 주식을 증여받은 경우도 있지만, 이 통계엔 직접 투자에 나선 고등학생도 포함됐다. 미성년자라도 증빙 서류를 갖춰 보호자와 함께 금융기관을 방문하면 주식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걱정 마. 엄마가 나중에 다 돌려줄 거야!’ 엄마 배신(?)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 주식 관련 인터넷 카페에선 “주식 시작하려는 학생인데 책이나 유튜브 채널을 추천해달라”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린이들까지 주식 얘기를 꺼낸다. 발레학원을 운영하는 김 모 씨(32세)는 “선생님, 저는 돈이 생기면 삼성전자 주식을 살 거예요” 라는 초등학교 1학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종목까지 콕 짚어 얘기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에 부모와 함께 지점을 방문해 주식 계좌를 개설한 학생들이 예년보다 많다”면서 “재테크보다는 경제 교육의 목적으로 주식을 거래하기 시작하는 미성년자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원비 내주지 말고 주식을 사줘라.” 주식시장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발언은 진리가 됐다.

초등학생 자녀에게 주식 계좌를 만들어줬다는 직장인 신 모 씨(45세)는 “주식거래에 매몰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저축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우량한 주식을 사 모으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면서 “주식의 거래보다는 경제관념을 알려주기 위해서 허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미성년의 주식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면서 “여러 강연에서 1살 때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한국거래소)

한편 거래소는 초중고 주식 교육을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쉽게 투자 상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모의증권투자게임, 주식 게임 등 온라인 콘텐츠도 만들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휴관하고 있지만, 초등학생 4학년 이상을 위한 증권교실, 증권세미나 등 올바른 투자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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