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영효율계획 재검토 지시
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를 시작으로 공기업에 전방위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경영 효율화 강도를 10% 높일 것을 주문하며 구조조정 '옥죄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가 취임 후 강도 높게 추진하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이 대내외 경제사정 악화로 민영화가 사실상 유보되고 일부 통합작업도 지연되고 있느 상황에서 경영 효율화의 강도를 높여 군살을 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전, 2천명 감원
한전이 공기업 구조조정 신호탄을 쐈다.
7일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5일 부사장과 본부장 등 상임이사 4명의 사표를 수리하는 한편, 10% 안팎의 인원을 줄이는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지경부 관계자는 "공기업 경영효율 제고 방침에 정원을 10% 줄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정년퇴직과 같은 자연감소분과 희망퇴직 등을 활용해 3년 정도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전의 정원은 2만1700명으로 정원 10% 감축을 적용해 2000명 안팎의 인력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제시한 전력의 소매 부문인 배전과 판매를 담당하는 마케팅본부의 '9사업본부 7지사' 체제를 사내 회사 형태의 10~14개 독립사업부로 개편하는 방안을 지난달 마련했으며 이달 중으로 확정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전력을 공급하는 도매 부문인 송전도 독립사업부에 포함해 독립사업부가 송전과 배전을 함께 다루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급류탄 공기업 구조조정
공기업의 맏형 격인 한전이 감원 대열에 합류하면서 공기업 구조조정이 급류를 탔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한국농촌공사의 구조조정안을 공기업 경영 개선의 '모델'로 칭찬한 이후 급속히 강화되고 있는 양상인 것.
지난달 27일 발표된 농촌공사의 경영 선진화 방안은 조직·인력·사업·경영 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 있지만 핵심은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업무지원직을 줄이고 근무 태도가 불량하고 무능력한 '조직발전 저해자'를 퇴출시켜 정원을 15%(844명) 감축한다는 게 농촌공사 계획이다. 먼저 연말까지 명예·희망 퇴직을 통해 10%를 줄이고 2009년 이후 5%를 더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공기업 선진화 및 구조조정이 답보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공개벅으로 모범사례를 거론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조직, 인력 구조조정이 대세를 이루면서 다른 공기업들도 구조조정에 속속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화를 추진중인 한국석유공사와 광업진흥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도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형화는 자본금 확충이 중심인 만큼 다른 공기업에 비해 인력조정이 덜할 수는 있겠지만 예외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산하 연구개발(R&D) 유관 기관이나 진흥원들에 대한 통폐합도 추진되면서 이들 기관의 중복 인력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복리후생 축소 등 전방위 확산
한편 정부가 305개 공공기관 모두를 대상으로 경영 효율화 계획을 재작성할 것을 최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인력 뿐 아니라 보수나 복리후생제도가 개혁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구조조정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양상은 지식경제부가 지난 2일 산하 69개 공공기관에 내려보낸 '비상경영체제 확립 협조 요청' 공문에 그대로 드러난다.
지경부는 이 공문에서 "보수·복리후생의 방만 경영요인의 제거, 불필요한 조직·예산·인력의 감축을 통해 기관별 경영효율성을 10% 이상 제고해 달라"고 지식했다.
지경부는 이 공문에서 비상경영 아이디어를 오는 9일까지 제출하라며 예시로 ▲기능·조직·인력감축 ▲방만 경영요인 방지시스템 정립 ▲과도한 복리후생제 정비 등 보수시스템의 합리적 개편 ▲수수료·부담금 인하 등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효율화 계획에 대해 "감원이든, 자연감소든 간에 효율성 10% 제고안을 짜라는 것"이라며 "공기업들로부터 계획을 받아 기준에 충족하는지를 봐야 하는 만큼 이달 중순 이후는 돼야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