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 위드 코로나] 막오른 ‘백시노믹스’… 韓경제 ‘V반등’ 기회로

입력 2021-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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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완전회복” 낙관전망 속 탈세계·디지털화 ‘대변혁’ 기로
세계가 주목하는 ‘K방역’ 기술… 바이오헬스 주력산업 성장 기반
국내 제조기반 강화 온쇼어링 등 정부, 속도감 있는 정책집행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경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지난해 팬데믹으로 억제됐던 수요 폭발 등으로 인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의 일상은 물론 경제 방면에서도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도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발생한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대봉쇄(Great Lockdown)’로 정의했다. 기타 고피너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를 대봉쇄로 몰아넣었다”며 “봉쇄 조치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새해 세계 경제는 지난해의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 여기에는 치료제와 백신의 신속한 개발과 보급이 전제로 깔려 있다. 다만 이는 절대 쉬운 과제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새해 글로벌 경제에 회복 기회를 줄 수는 있지만, 과거 일자리를 모두 되찾고 기업과 투자가 받은 역사적인 타격을 치유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백신이 최근 서구권에서 재개된 봉쇄 조치 필요성을 줄이도록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 투여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바이러스에 직접 타격을 받은 대면 서비스 업종은 약한 수요를 더 견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백신은 세계 경제회복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현재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연간 3조4000억 달러(약 3692조 원)의 속도로 국내총생산(GDP)이 증발하고 있다”며 “만일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중국, 인도, 러시아에서 효과적인 백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그 손실액은 1조2000억 달러로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빈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백신이 광범위하게 보급되면 연간 손실액은 1530억 달러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선진국이 백신 보급 혜택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책 입안자들은 내년 경제회복이 본격화하고 2022년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낙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상과 경제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국적 컨설팅 업체 맥킨지 산하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의 제임스 매니카 소장은 “원격 근무와 학습, 원격 진료와 배달 서비스 등 디지털 경제가 더 활성화한 것처럼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미 글로벌 경제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많은 트렌드가 가속화했다”며 “공급망의 지역화, 국경 간 데이터 흐름의 폭발적인 증가 등 경제구조의 변화도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근로자들은 급변하는 미래에 더 취약해질 전망이다. 매니카 소장은 “소득 양극화와 ‘긱이코노미’ 근로자의 증가 등으로 노동자들이 직업 전환에 적응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그만큼 이들이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은 △탈세계화 추세의 가속화 △여행과 이민의 감소 △자동화와 디지털화 가속화 △녹색정책에 대한 관심 고조 등 4가지 트렌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각 지역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직면하게 될 경제 과제에 대응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침체를 최대한 막기 위해 펼쳤던 대규모 재정과 통화정책으로 쌓인 막대한 부채가 올해 경기회복에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발표한 ‘수평선에 놓인 희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경제가 반등할 것이나 중앙은행과 재정 당국, 특히 미국과 유럽은 공격적인 조치를 취한 데 따른 재정적 혼란이 핵심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부채 수준이 높아지면서 향후 재정 파탄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3조132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올해 GDP 대비 연방정부 부채 비율은 104%로,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이후 처음으로 1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부의 차입금이 코로나19 대응으로 급증해 유럽중앙은행(ECB)이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시장의 공포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심한 역효과를 낼 수 있지만,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유럽이 직면한 막대한 부채 부담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소비와 내수 위주로 경제발전 전략을 전환하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 제조업과 수출이 여전히 경기회복을 이끌고 소비는 다소 부진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이런 전환이 쉽지 않음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책임론 등 전 세계에서 날로 커져 가는 반중(反中) 정서를 완화하고 ‘차이나 엑소더스’를 모색하는 기업들을 달래는 것도 올해 중국의 핵심 과제라는 평가다.

코로나19는 한국 경제에 22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고통을 줬지만 K방역이라는 선물도 가져다줬다. 비대면 의료기술과 대처기술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바이오헬스가 주력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씨젠은 코로나19를 기반으로 매출이 2019년 1220억 원에서 2020년 1조 원이 넘었다.

경제학자 대부분은 코로나가 지나고 난 후 세계 경제 질서와 패러다임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얘기한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는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과 언택트 산업의 비중이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경기침체 극복 및 구조적 대전환 대응이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제조기반을 강화하는 온쇼어링 정책, 디지털 산업구조로 변화,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 구축, 국내 기업 간 협력 확대, 규제 개혁 등 속도감 있는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화가 흔들리면서 지역화가 유리해지는 상황에서 수출 모델을 조정할 필요도 있다. 공급망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각화해야 한다. 수출과 세계 무역 의존을 기초로 한 전통적인 성장모델에서 점차 벗어나 좀 더 균형 잡힌 모델로 변화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줄이고 대대적인 구조혁신과 군살 빼기에도 나서야 한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자동차, 전자, 유통 등 기존 산업들은 물론이고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화와 비대면, 친환경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경쟁력 없고 전망 없는 분야는 과감히 구조 조정해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디지털과 친환경·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가속화에 대응한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이다. 한국판 뉴딜에는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자한다.

한국판 뉴딜에도 규제 혁파와 노동의 유연성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일각에서 뉴딜이 아니라 올드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디지털 경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대응해 기반시설 구축과 함께 관련 제도 개선 노력을 병행한다”며 “시장수요 전환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이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의 진입과 퇴출을 지원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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