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제대로 시행 안 돼
올해부터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현금영수증 발급이 의무화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6층에서 만난 한 휴대폰 판매점 주인은 “현금영수증 때문에 죽겠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국세청은 새해부터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 등 통신기기 소매업이 현금영수증 의무 발급 대상 업종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통신기기 소매업 약 2만5000곳이 영향을 받을 예정이다. 이들 사업체는 10만 원 이상 현금 결제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무조건 발급해야 하며, 위반 시 거래 대금의 20%에 해당하는 가산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는 현금영수증 발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강변 테크노마트 6층에는 약 200여 개의 대리점, 판매점이 있고 다수의 영업점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있어 총 사업자는 약 15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만난 상당수의 사업자 모두 법 시행이 됐지만 1일부터 이날까지 현금영수증을 끊어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이 시행됐는데도 사업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는 셈이었다.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화 시행 3일째인 현장에서는 혼선이 크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A 씨는 “토요일이 제일 사람이 많은 날인데, 어제 오후 3시까지는 영업을 그냥 안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판매 업자들은 현금영수증을 끊어주게 되면 보조금 지급 유인이 크게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B 씨는 “동네에 있는 판매점들보다 마진을 훨씬 적게 받고, 대신 많이 파는 방식인데 현금영수증 끊으면 남는 게 없어진다”며 “현금영수증 끊으면 33만 원, 안 끊으면 30만 원으로 이중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휴대폰 유통점들은 현금영수증 발행 회피가 불법인 것은 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대로 안 그래도 어려운 때에 소상공인 부담을 가중하는 정책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그러면서 불법보조금 역시 불법 영업에 속하지만, 경기가 어려워 오히려 휴대폰을 싸게 사려는 수요는 더 늘고 있다고 주장도 제기됐다.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20년간 판매점을 운영한 C 씨는 코로나로 유동인구가 줄긴 했지만, 일명 ‘성지’를 찾는 사람들은 더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 비싸게 주고 사고 싶은 사람이 있겠냐”고 반문하며 “제값 주고 휴대폰을 사는 사람은 방통위원장 정도뿐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즉,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휴대폰을 저렴하게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증가해 불법 보조금 수요는 줄지 않고, 이에 따른 불법 영업도 줄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이 조세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코로나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는 ‘우는 아이 뺨 때리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판매점을 하는 D 씨는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반 토막”이라며 “학원 등 다른 집합제한업종만큼은 아니지만, 유동인구가 줄다 보니 영업 기회가 제한적이었다”고 언급했다.
통신사들은 직영 대리점을 중심으로 현금영수증 발급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달 15일부터 연말정산이 시작되는 만큼 현금영수증 발급 안내를 강화해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현금영수증 미발급 시 소비자는 위반 사실을 신고하면 신고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증빙서류를 갖춰 법 위반 사업자를 세무관서에 신고하면 된다. 포상금은 거래금액의 20%, 1건당 최대 5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