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신 계약 규모에 비해 접종 속도 현저히 느린 이유는

입력 2021-01-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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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된 백신 총 1200만 개…접종 건수는 280만 건 그쳐
연방정부 역할 부재…주마다 다른 정책으로 혼선
의료진 추가 수당 등 자금지원과 인프라도 부족

▲전 세계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률 추이. 지난해 12월 28일 기준. 출처 이코노미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 계약 규모에 비해 접종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비판이 미국 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2000만 명에게 접종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접종률과의 격차는 상당한 편이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연방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자국에서 배포된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총 1200만 개로, 이 중 접종 건수는 280만 건에 그쳤다고 전했다.

접종률이 낮은 것에 대해 현지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문제는 연방정부의 역할 부재다. 연방 정부가 연방 차원에서의 지침을 하달하는 대신 그 역할을 주 정부에 떠넘겼고, 이 과정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병원 컨설팅업체 프리미어의 마이클 워시코비치 약국 부문 부사장은 “주마다 서로 다른 정책으로 인해 병원에선 혼란을 일으켜 접종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플로리다주에서는 선착순 접종으로 인해 인파가 몰려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상황이고, 웨스트버지니아주 일부 지역에선 백신 접종 대신 코로나19 치료를 먼저 하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텍사스주의 한 보건소에선 단 두 명만이 접종을 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비슷한 상황의 애리조나주는 뒤늦게 주 보건부에 백신 접종 할당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중구난방 식의 의료 행정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주 정부와 공유할 수 있는 포괄적인 연방 정부의 계획이 부재한 것은 변명의 여지 없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롬니 의원은 “이미 확진자 대응으로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는 의료진들이 대규모 접종도 감당할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인프라와 자금지원 부족이 꼽힌다. 백신 접종 후 추이를 지켜보기 위한 장소 등 물리적 인프라뿐 아니라 병원 간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 인프라도 부족한 것이다. 특히 많은 주에서 의료진의 초과 근무 비용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P통신은 “각 병원이 서로 다른 접근 방식으로 인해 전화 회선이 막히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며 “의료진의 과로와 자금 부족 속에서 주 보건당국은 백신 투여 계획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오퍼레이션 워프 스피드(OWS)’의 구스타프 퍼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데이터 종합이 늦어진 것 외에도 휴가철과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접종이 더뎌진 것도 있다”며 “지금까지 보급된 백신 대부분은 병원과 양로원 등으로 전달됐지만, 약국으로 확장되면 접종 속도는 상당히 빨라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낸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미국의 인구 100명 당 접종률은 이스라엘, 바레인, 영국 다음 순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정부가 배송과 운송이 용이하다고 평가받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해 4일부터 접종을 시작하는 만큼 접종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미국은 안전성을 이유로 아직 승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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