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생 김유진’이 사는 법] 20대 부린이, 집주인 되기까지

입력 2021-01-01 05:00수정 2021-01-0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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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전 경기도 갭투자한 민석씨, 규제 쏟아져도 ‘비빌 언덕’ 든든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28세 강민석(가명) 씨는 일생을 ‘부린이(부동산과 어린이의 합성어·부동산에 어두운 사람)’로 살았다. 청약이 뭔지, 재건축·재개발이 어떻게 다른지도 몰랐다. ‘대한민국에 내 몸 하나 누울 데가 없겠어’라는 생각으로 살았다.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니 당장은 집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월급도 받는 대로 예금통장에 그대로 쌓아놨다. 민석 씨 주변 친구 가운데서도 부동산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드물었다.

친구들이 먼저 바뀌었다. 이대로는 집을 못 산다며 청약 전략을 세우고 수도권 방방곡곡 임장(부동산 투자를 위한 현장조사)을 다니기 시작했다. 민석 씨에게도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또래를 모아 스터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친구들 말을 들으니 민석 씨도 불안했다. 동네 아파트값부터 알아봤다. 늙다리 아파트가 만만하지 않았다. 민석 씨 월급으로는 동네 아파트나 강남 펜트하우스나 까마득하긴 매일반이었다. ‘난 서울에 집을 못 살 거야.’ 전에도 막연히는 생각했지만 이젠 집값과 월급을 따져볼 수 있게 됐다. ‘난 서울에 집을 못 사는구나.’ 확신이 들었다.

사람 마음은 간사해서 ‘내 집 마련’을 단념하긴 어려웠다. 민석 씨는 가진 자금 안에서 비빌 언덕을 찾고 싶었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를 뒤진 끝에 전세가율(매매가와 전셋값 사이 비율)이 높은 경기도 구도심을 찾았다.

전세를 끼면 매매 호가의 30%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 20%는 그간 모아둔 월급으로 내고 10%는 어머니께 빌렸다. 갭투자인지 갭투기인지 마음이 쓰였지만 당장 민석 씨 통장으로 집을 마련하려면 별수가 없었다. 서울에선 멀긴 해도 역세권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여차하면 민석 씨가 그 집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민석 씨보다 열 살 정도 많은 전 주인은 4주택자였다. 정부 규제를 피해 집을 급매하게 됐다. 세금을 따져보면 밑지고 집을 팔았다. “손해 보셔서 어떡해요?” 민석 씨 물음에 그는 “다른 집에서 많이 벌어서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그 플렉스(Flex·부를 과시하는 행동)에 민석 씨에겐 롤모델이 한 명 더 생겼다.

지난해 6월 계약을 맺고 8월 잔금까지 치렀다. 등기상으론 집주인이 됐다. 민석 씨 돈보다 전세 보증금이 많은 사실상 ‘세입자님’ 집이지만 비빌 언덕이 생겨 든든했다. 잔금일을 기다리는 사이 정부는 민석 씨 집이 있는 동네를 규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민석 씨는 열흘 차이로 규제를 피했다. 그 열흘 사이에 세금 수천만 원이 갈렸다.

민석 씨는 집을 산 이후 세입자를 새로 맞았다. 이전 세입자가 갑자기 퇴거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전보다 전셋값을 높게 불렀지만 물건을 올린 지 한나절 만에 세입자를 구할 수 있었다. 전세난 덕인지 탓인지 모를 일이었다.

민석 씨가 집을 산 지 반년이 지났다. 그 사이 정부는 규제를 6번 더 내놨지만,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민석 씨 투자 포트폴리오 중 수익률이 가장 높다. 올려받은 전셋값으로 투자한 주식 시장에서도 잔재미를 보고 있다. 민석 씨는 주식이 무럭무럭 불어 전셋값 돌려줄 걱정 없이 ‘내 집’에 들어갈 살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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