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코로나19 백신 도입 지연의 경제적 영향 분석'…GDP도 230조 원 증발할 수 있어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확산 억제 여부에 따라 최대 8.3%까지 역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백신 도입이 한 분기 지연되면 내년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230조 원이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0일 ‘코로나19 백신 도입 지연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백신 도입 시기별 시나리오에 따라 성장률과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백신도입 시기와 감염재생산지수(1명의 환자가 몇 명에게 전파하는지를 측정한 지수)에 따른 코로나19의 확산 규모를 시나리오별로 설정하고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7개 지역과 농립수산업, 제조업, 건설업 등 9개 산업을 반영한 모델을 구축해 실증분석을 했다.
감염재생산지수에 따른 일일 확진자 수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보고서의 예측치를 사용했다.
보고서는 확진자 수가 올해 4분기 수준(하루평균 337명)을 유지하다가, 백신 도입이 다른 선진국처럼 내년 1분기부터 시작되고 일반접종이 2분기부터 이뤄져 2022년 3분기에 종식되는 기준 시나리오(낙관)를 도출했다.
이어 △일평균 확진자가 1200명으로 증가하다가 1분기에 백신이 도입돼 2분기부터 일반접종이 시작, 2022년 4분기에 종식되는 ‘시나리오 1(확산)’ △일평균 확진자가 1500명으로 확대되고 내년 2분기 백신 도입 및 3분기 일반접종 시작, 2023년 1분기에 종식되는 ‘시나리오 2(심각)’ △일평균 확진자가 2500명으로 확대되고 2분기에 백신 도입 및 3분기 일반접종이 시작, 2023년 2분기에 종식되는 경우 ‘시나리오 3(매우 심각)’으로 가정했다.
보고서가 시나리오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변화를 분석한 결과 ‘기준 시나리오’의 연간 성장률은 올해 -1.8%, 내년 3.4%로 반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해 일일 확진자 증가세가 늘어나 ‘시나리오 1’ 상황이 되면 내년 성장률은 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백신 접종까지 지연돼 확진자가 더 크게 치솟는 ‘시나리오 2, 3’의 경우는 경제성장률은 -2.7%~-8.3%까지 하락해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코로나가 없던 경제(Business as Usual)에 비해 올해 GDP는 연 4.0%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신 접종과 확산세에 따라 내년에는 -3.8~-20.5%의 GDP가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기준 시나리오와 시나리오 1~3 비교를 통해 백신 도입 지연과 확진자 증가에 따른 GDP 추가 손실을 변화율과 금액으로 분석한 결과, 내년에 기준 시나리오(낙관) 대비 -4.5~-16.7%포인트(p)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764억~-2852억 달러(약 -84조~-31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백신 도입이 한 분기 더 지연돼 내년 2분기부터 도입되는 시나리오 2와 3에선 내년 GDP의 추가적인 손실액이 각각 482억 달러(53조 원), 2088억 달러(230조 원)에 달했다.
확진자의 심각한 증가세 속에서 백신 도입이 지연되는 것은 모든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제약하게 되어 전체 경제체제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역액 역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15.5%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업률도 최대 21.7%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감염병 종식과 방역성과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보다는 국민 보건안전과 국가체계에 대한 인식과 함께 신속한 백신 계약 체결과 접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염병 백신의 효과가 검증되기 이전에 가격 중심의 제조사 선정과 한정적 백신 계약은 방역체계와 나라 경제를 위협하므로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방역에 대한 국민의 인내와 노력에 상응하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백신 확보 현황과 접종계획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