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어떻게 운송ㆍ보관하나…초저온 콜드체인 진출에 사활

입력 2020-12-16 15:26수정 2020-12-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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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용마로지스 홈페이지)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소식이 들려오면서 까다로운 백신 운송 조건을 맞출 국내 운송 업체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체적으로 의약품 운송 인프라를 갖춘 동아제약그룹의 용마로지스나 GC녹십자랩셀뿐 아니라 경남제약, 아이큐어 등 자체 인프라는 없지만 전문 운송 업체와 손잡고 백신 운송에 진출하려는 업체도 눈에 띈다.

정부는 국제백신협약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 명분과 함께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 화이자 1000만 명분, 모더나 1000만 명분, 얀센 400만 명분 등 총 44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하기로 했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공급받을 백신 제품군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정부는 4개사와 선구매 계약 협약을 맺었는데 그 가운데 화이자, 얀센의 경우 현재까지 순조롭게 계약 관련 합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1분기부터 백신을 차례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백신이 국내에 들어올때 또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백신 운송이다.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만들어진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백신은 2~8도 일반 냉장고에서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어 운송이 쉽다. 하지만 여태껏 개발한 적 없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를 활용해 만든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시설이 필요하고,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모더나 백신 역시 영하 20도를 유지하며 유통해야 한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 백신의 완제품을 구매하거나 아스트라제네카 위탁생산(CMO)을 맡은 SK바이오사이언스처럼 CMO 계약을 맺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때 글로벌 제약사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콜드체인 운송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13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미라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몬트리올/로이터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는 “백신 제조사들과 백신 수입 관련 논의를 진행할 때 주고받는 Q&A에서 상당 부분이 까다로운 운송 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지, 콜드체인에 관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영하 20도 이하 운송은 드라이아이스로 충분히 가능하지만, 영하 70도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아직 국내에 영하 70도 콜드체인 운송 인프라를 갖춘 제약바이오업체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경우 대표적인 의약품 배송 업체인 용마로지스나 녹십자랩셀 등 기존 의약품 배송을 담당하던 제약바이오업체의 역량으로 가능하지만,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운송은 현재로선 역량 밖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문의약품 가운데 초저온으로 유통되는 경우는 영하 8도에 그치는 만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유통을 위해선 기존 인프라 외에 새로운 것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용마로지스는 영하 70도 운송에 필요한 초저온 특수 용기 업체에 의뢰해 향후 백신 운송에 필요한 준비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운송에 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영하 70도 운송을 위해 백신을 담을 특수 용기와 그 안에 넣을 질소 냉매가 필요한 만큼 특수 용기 제작 업체에 관련 내용을 의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제약바이오 전문 운송 인프라가 아닌 영하 70도 초저온 유통 인프라를 갖춘 배송물류 업체들과 제약바이오업계의 업무협약이 잇따르고 있다. 아직 정부는 추후 확보하게 될 코로나19 백신의 운송을 입찰을 따낸 사업자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할지, 정부가 지정할지 등 관련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로서는 백신 입찰을 염두에 두고 미리 물류 운송업체와 손을 잡는 것이다.

경남제약은 콜드체인 솔루션 전문기업인 한울티엘과 업무협약을 맺고 의약품 운송 사업에 진출한다. 경남제약은 그간 일반의약품만 취급해 콜드체인 운송이 필요 없었지만, 주사제, 전문의약품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코로나19 백신 운송까지 내다보며 의약품 콜드체인 운송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남제약 측은 “한울티엘은 초저온 보관 용기를 제작해주는 업체다. 2~8도 상태뿐 아니라 영하 20도부터 초저온인 70도에서 120시간 이상 전원공급 없이 콜드체인 운송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드라이아이스와 달리 초저온 보관 용기는 요구되는 특정 온도에서 일정 시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이런 기술을 앞세워 코로나19 백신 운송 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업체 아이큐어는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백신을 수입하기 위해 힘쓰는 가운데 콜드체인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이 완제품 수입 후 보관과 유통을 중시하는 만큼 콜드체인 업체와 손잡고 코로나19백신 완제품 수입을 시도하는 것이다.

아이큐어가 업무협약을 맺은 업체들 가운데 브링스 글로벌 한국지사도 있는데 브링스 글로벌은 현재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 중 한 곳의 미국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큐어 측은 “코로나19 백신 수입이 성사될 것을 고려해 브링스 글로벌과 협업하게 됐다. 브링스 글로벌은 의약품마다 다른 보관 온도를 설정해 관리가 가능하고 영하 20도를 유지하기 위해 온도 유지 차량, 냉매제를 이용한 운송 용기, 냉동 컨테이너를 이용한다. 또 영하 70도 초저온을 유지하기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하고, 영하 190도의 극저온은 질소를 충전한 용기를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보관도 중요한 이슈다. 초저온 저장 시설을 갖춘 한국초저온이 주목받는 이유다. 평택에 2만8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가진 한국초저온은 영하 80℃(37평), 영하 70~영하 20℃(242평), 영하 70℃(206평), 상온 전실 등 약 500평 규모의 초저온 냉동고를 갖췄다. 다만 한국초저온은 백신 및 전문의약품의 보관 경험이 없어 코로나19 백신 보관에 참여하려면 허가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국초저온 측은 “질병관리청에서 냉동고 규모와 가능한 백신 보관 개수 등 자료를 요청해서 넘겼고 아직 답변은 못 받았다”라며 “다만 우리는 정온에서 보관하는 일반의약품 창고는 운영하고 있지만, 초저온의 백신 보관 경험이 없어 관련 허가 인증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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