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내 무역, 유사한 재화 수출입 동시에 이뤄지는 현상…무협 "공급망 리스크 확대 가능성"
베트남과 중국 등 아시아 역내 개발도상국과 '산업 내 무역 의존도'가 높아져 공급망 안정화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5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산업 내 무역 현황과 공급망 관리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 내 무역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전체 수출의 42.7%로 2008년 31.8%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산업 내 무역이란 같은 산업군 내 유사한 재화의 수출입이 동시에 이뤄지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이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동시에 수입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무역형태가 산업 내 무역에 속한다.
산업 내 무역이 확대되면 그만큼 해외시장의 공급과 수요 충격이 국내시장에 더 잘 전파되고, 국내시장이 해외의 경기변동 흐름을 따라가는 동조화 가능성이 커져 공급망 관리가 중요해진다.
한국과 중국ㆍ미국ㆍ일본ㆍ베트남 등 4개국 간 교역에서 산업 내 무역 의존도는 △중국(39.6%) △일본(32.8%) △베트남(25.1%) △미국(20.7%) 순이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베트남ㆍ중국과의 산업 내 무역 의존도는 각각 16.8%포인트, 8.9%포인트씩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의 산업 내 무역 의존도는 큰 변화가 없었다.
보고서는 “베트남, 중국과의 산업 내 무역은 주로 첨단기술의 전자통신 업종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다”라며 “중국과는 반도체 산업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반도체 품목의 산업 내 무역 비중이 2012년 48.3%에서 2019년 62.0%로 증가했고, 베트남과는 가전(4.2%→63.9%) 및 무선통신기기(20.6%→64.6%) 등 품목의 산업 내 무역이 크게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으로 보고서는 “베트남ㆍ중국과의 산업 내 무역에서는 주로 한국이 양국에서 단가가 낮은 저가 제품을 수입하고, 한국은 다시 양국으로 고가 제품을 수출하는 추세가 확대됐다”라며 “수출단가가 수입단가보다 높은 ′품질 우위의 수직적 산업 내 무역′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강성은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원은 “산업 내 무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공급망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으므로 산업 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