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2020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개막
최지연 안무가(최지연 무브먼트)는 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기자간담회에서 신작 '플라스틱 버드'가 갖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간담회에는 최 안무가 외에 안무가 최영현(노네임소수), 최진한(댄스 프로젝트 탄 탄타 단), 김남식(김남식&댄스투룹-다), 최지연 안무가와 같이 작업한 이재환 연출, 김남식 안무가 작품에 참여한 성악가 박유현이 참석했다.
이날 소개된 네 편의 작품은 무대를 통해 동시대적 담론을 형성하고, 구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각각의 상징적인 '오브제'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진한 안무가의 '평안하게 하라(12월 11~1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묵상 속에 늘 자리한 '평안하게 하소사'라는 기도에서 시작됐다. 모두의 일상이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지만 역으로 불안함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개인의 심리를 뒤흔드는 '불안'을 들여다 본다.
최영현 안무가의 '블랙(12월 19~20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은 인간의 여러 감정을 시각화하고, 감정의 비형태적인 속성을 색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최영현 안무가는 "'조명'의 역할을 부수적인 장치에서 확장시켜 무대 위에서 무용수의 신체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도구로 활용했다"면서 "극도의 긴장감과 호기심을 유발하려 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버드(내년 1월 9~1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인류에게 건네는 거대한 경고장과도 같다. 이재환 연출가는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어린 알바트로스의 사진을 무용으로 확대하면서 인간의 오만을 반성했다. 이 연출가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얼마만큼 잘못했고 얼마만큼 반성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기 위한 작품"이고 설명했다.
'호모 모빌리쿠스(내년 1월 16~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휴대폰을 주제로 통신기술이 급속하게 발전되면서 야기된 사회문제와 우리 주변에서 나타난 변화에 대해 말한다.
특히 이날 참석한 안무가와 연출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상황 속에서 안무를 창작해내고 선보이는 것에 대해 책임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최지연 안무가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세 명의 연주자가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도 악기를 연주하던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봄이 사라진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춤을 계속 춰야 하는 건지 고민이 많았다"며 "춤추는 것을 멈추지 않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줄 수 있는 예술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한 안무가는 "지난해 하반기 '창작산실'을 신청하고 올 초 쇼케이스를 할 때만 해도 코로나19가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가 무용 작업을 하는데 영향을 주진 않지만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계속해서 변해가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은 작품에도 반영됐다. 김남식 안무가는 "올해는 '창작산실'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버텼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며 "이번 공연을 하게 된 것은 굉장한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 작품은 관객 참여 형태가 중요하기 때문에 관객 참여율 30%와 무관중 모두 고려해야 했다"며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대를 스크린에 투영해 현재를 반추시키려 했다"고 했다.
'창작산실'은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공연예술계를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무용의 경우 쇼케이스 제작비 최대 1500만원, 본 공연 제작비 최대 6000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13년째를 맞았다. 올해는 연극 5편, 무용 8편, 전통예술 3편, 창작뮤지컬 4편, 창작오페라 1편 등 총 21개 작품을 선정했다.
오는 11일부터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에서 무용 장르를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나머지 4편은 내년 2월 중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