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1월 27일 기준 예탁원이 보관하고 있는 미국 외화증권은 318억4600만 달러(약 35조2500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평균(91억4900만 달러·약 10조1200억 원)과 비교하면 불과 10개월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미국 투자가 급증하면서 증권사가 판매하는 달러 RP 수요도 크게 늘었다. 올 1월 9억2534만 달러(1조200억 원) 수준이던 증권사 달러RP 잔고는 11월 말 19억2923만 달러(2조1400억 원)로 108.4% 급증했다.
달러 RP는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채권을 고객이 달러로 매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매도해 달러로 원금과 이자를 받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금리는 수시 0.4%에서 최대 1.0%까지 제공해 이자를 보고 투자하는 상품은 아니다. 은행의 달러예금과 같이 투자 대기자금 성격이다. 미국 주식을 매도하고 난 뒤 달러를 그냥 두는 것보다 달러 RP에 투자하는 게 조금이라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 달러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달러RP에 투자하는 고객의 70~80%가 미국 주식이나 달러 기준 상품을 매도한 후 단기로 운용하는데 이용한다”면서 “다만 요즘처럼 달러가 약세면 환차익을 기대하고 1년 이상 기간을 정해서 투자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달러 RP 시장이 크지 않아 대형 증권사 위주로 서비스가 이뤄졌다. 고액 자산사들의 안전자산 포트폴리오로도 활용할 수 있고, 달러 기준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도 많이 팔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화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고, 실제 미국 주식 투자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해외주식거래 시스템을 운용하는 증권사들은 달러RP를 제공할 유인이 커졌다.
이에 따라 올해만 유안타증권, 키움증권이 달러RP상품을 새로 내놨다. 두 증권사 모두 서비스를 시작한 후 달러RP잔고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주식 거래 수요가 높아지면서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끌어들여야 하는 과정이다”면서 “달러RP는 물론 달러 자산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