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프냐, 우리도 아프다

입력 2020-1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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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정치경제부 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사람도 아프고 동물도 아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이 몸살을 앓고 있는 이때 동물에게도 거대한 질병이 들이닥쳤다. 가금류에 치명적인 조류인플루엔자(AI),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2년 8개월 만에 국내에서 번졌다.

닭은 AI에 감염되면 거의 100%에 가까운 폐사율을 보인다. 오리는 바이러스에 좀 더 강하다고 하지만 바이러스 전염 우려 때문에 AI 발생 인근 가금류는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

방역당국과 농가, 업계는 2016년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당시 AI가 퍼지면서 국내 닭과 오리 전체 사육 수의 17%에 해당하는 33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피해액만 1조 원대로 추정된다.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가격 폭등으로 달걀을 먹기가 어려워지기도 했다. 올해는 이미 39만200마리가 살처분됐다.

사실 이번 AI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더 가까웠다. 해외, 주변국에서 AI 발생이 급격히 늘었다. 특히 올해 국내를 찾은 겨울 철새만 100만 마리에 달할 정도로 야생철새의 수가 크게 늘었다. 이미 10월부터 야생조류 분변에서는 고병원성 AI가 꾸준히 나왔다. 지금까지 ‘야생조류-농장’ 연결고리가 끊어진 적이 없었던 만큼 전북 정읍 오리농장에서 AI가 발병했을 때도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더 컸다.

다만 분위기는 예전과 조금 달랐다. 지금까지는 야생조류에서 AI가 발생하면 짧게는 며칠에서 길어야 1~2주에 모두 가금농장으로 전파됐다. 반면 올해는 한 달이 넘도록 농장으로 전파되지 않아서 연결고리가 끊어졌는지 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아쉽게도 연결고리를 끊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은 엿볼 수 있었다.

방역당국은 AI를 막기 위해 꾸준히 준비해왔다고 자부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가축질병 예방을 농정의 큰 목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방역당국의 이 같은 절치부심(切齒腐心)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추가 전파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농가 전파를 막지 못한 것은 불가항력이라 하더라도 피해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방역당국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농민들은 방역수칙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고, 일반인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철새 도래지나 농장 방문을 피해야 한다. 대한민국 곳곳이 아파하는 지금, 동물 방역에서만큼은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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