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 올 뉴 렉스턴…첨단장비 망라한 ‘라이프 가디언’

입력 2020-11-17 08:00수정 2020-11-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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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부분변경 통해 플래그십 당위성 살려, 첨단 전자장비 가득 채워

꾹꾹 감추고 있지만, 쌍용자동차에는 ‘광기’가 존재한다. 제품전략만큼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겠다던 그들만의 고집도 뚜렷하다.

한때는 국내 승용차 최고가였던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다이너스티)보다 가격이 비싼 무쏘 스페셜 버전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게 나온 500 리미티드 버전은 500대를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그 무렵 “쌍용차를 탄다”는 사실만으로 오너들은 우월함을 누렸다.

반면 우월감이 열등감으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회사가 몇 번의 위기를 겪는 사이, 쌍용차의 광기는 사라졌다. 그저 살아남아야 한다는 처연함만 남았다. 그들이 내놓는 새 모델도 회사의 이런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이제 쌍용차 오너들은 “왜 쌍용차를 타느냐”는 물음에 애써 변명을 늘어놔야 하는 처지가 됐다.

▲새 모델은 과감한 겉모습의 변화와 함께 이 시대 쌍용차가 담을 수 있는 첨단 전자장비를 총망라했다. (사진제공=쌍용차)

◇틈새 브랜드로서 정점을 찍은 티볼리

극적인 반전은 2015년 티볼리에서 출발했다.

국내 시장에서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소형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쌍용차를 되살렸다. 티볼리는 제품이 아닌, 제품 전략과 디자인의 승리였다.

G4 렉스턴의 부분변경 모델 ‘올 뉴 렉스턴’ 역시 티볼리의 성공을 뒤쫓고 있다.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벗어낸 새 디자인도 이에 대한 방증이다.

새 모델은 G4라는 서브네임부터 걷어냈다.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쌍용차 고유의 '쓰리서클' 엠블럼도 부활시켰다.

점진적으로 ‘윙-타입’의 수출형 엠블럼을 내수시장에서 걷어내기 시작했다. 부활한 티볼리 에어가 그랬고, 올 뉴 렉스턴 역시 마찬가지다. 전성기로의 회귀를 결정한 셈이다.

올 뉴 렉스턴은 그만큼 겉모습에 많은 변화를 줬다. 고집스럽게 유행을 거부했던 쌍용차도 마침내 대형 그릴에 도전했다.

2000년대 초, 독일 아우디가 A6 출시와 함께 내놓은 커다란 ‘싱글 프레임 그릴’은 곧바로 유행을 주도했다. 프런트 그릴의 영역을 과감하게 벗어난 새 모습은 충격이었다.

이후 수많은 제조사가 자존심을 굽혀가며 아우디를 카피하기 했다. 렉서스는 스핀들 그릴, 쉐보레는 '더블 매쉬' 그릴을 내놨다.

현대차 역시 6각형의 커다란 그릴을 심어놓고 ‘헥사고날’이라고 치장했다.

▲전조등은 이전보다 슬림하게 변했고 8각형으로 짜낸 대형 그릴은 시대 유행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사진제공=쌍용차)

◇고집 꺾은 쌍용차, 마침내 유행하는 디자인과 타협

남들과 다른 길을 걸었던 쌍용차도 이제 광기를 눌러가며 잘 팔리는 차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전면 그릴이 이를 증명한다.

나아가 범퍼 하단은 최근 자동차 디자인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한, 여러 선과 면을 겹쳐놓은 이른바 ‘레이어드’ 타입으로 거듭났다.

올 뉴 렉스턴은 쌍용차 디자인을 총괄해온, 티볼리의 성공을 그려낸 디자인총괄 이명학 상무의 마지막 작품이다.

후임은 기아차 선행디자인 출신으로 3세대 스포티지 디자인에 참여한, 이강 상무가 자리를 잡았다.

그가 쌍용차에 합류했을 당시에는 이미 올 뉴 렉스턴은 개발 막바지였다. P1과 P2 단계를 넘어 PP(프리 프로덕트) 단계였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차를 양산할 수 있었던 시기다.

뒤늦게 쌍용차에 합류한 그는 전임자를 예우하며 올 뉴 렉스턴에 최소한의 터치만 덧댔다.

보디 컬러와 내장재, 시트, 알루미늄 휠 등을 고풍스러운 검정으로 꾸민 '더 블랙' 에디션이 바로 이강 상무의 작품이다.

▲새 모델은 쌍용차 최초로 전자식 조향장치 시스템과 전자식 변속기 등을 얹었다. 멋스럽게 바꾼 운전대 형상도 눈길을 끈다. (사진제공=쌍용차)

◇배열구성 유지한 인테리어, 속내는 최첨단

묵직한 운전석 도어를 열면 익숙한 듯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엄습한다.

일단 스티어링 휠(운전대) 디자인을 바꿨다. 이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이 더 예쁘다. 과감하게 D 컷 타입을 덧댄 점도 반갑다.

이밖에 손길이 닿는 곳 모두 세련미로 채웠다. 차에 타자마자 쉬지 않고 운전대를 쓰다듬고 있다.

배열구성은 이전과 같지만 그 안에 담긴 감성 품질은 바로 이전 세대 '렉서스' 수준이다. 다이얼을 돌리고 버튼을 누르는 동작 모두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시프트 레버는 전동식으로 바꿨다. 우리 손에 익숙한 레버 타입이라 반갑다.

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최근 버튼 방식의 시프트 스위치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손에 익숙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직렬 4기통 2.2리터 디젤 엔진은 낮은 회전수에서 큰 토크를 뽑아낸다. 8단으로 쪼개놓은 변속기 덕에 급가속 때에도 웬만해선 4000rpm을 넘어서지 않는다. (사진제공=쌍용차)

◇회전 질감 부드러운 직렬 4기통 2.2ℓ 디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직렬 4기통 2.2ℓ LET 엔진이 조용히 살아난다 5기통 2.7ℓ 엔진 대신, 이제 쌍용차를 대표하는 엔진이 됐다.

“쌍용차 가속 페달은 한 박자 느리다”라는 것도 이제 옛말이다. 가속페달을 슬쩍슬쩍 건드려보면 가볍게 회전수를 튕겨낸다. 중속까지 회전 질감이 뛰어나고 반응도 제법 빠르다.

동급 엔진들과 비교해 소음과 진동, 내구성 등에서 전혀 모자람이 없다. 창원공장의 조립 기술도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는 여전히 디젤 내연기관의 수요가 존재한다. 쌍용차가 경쟁력이 뚜렷한 이 엔진을 왜 해외 메이커에 되팔지 않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금 쌍용차는 엔진공급 가격을 낮춰서라도 곳간을 채워야할 상황이다.

▲8단 항속 기어비가 극단적으로 낮아 고속에서도 낮은 회전수를 유지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사이, 운전자도 모르게 6~8단을 소리없이 바꿔가며 내달린다. (사진제공=쌍용차)

◇시속 100km 항속 주행 때 엔진회전수는 고작 1500rpm

8단 변속기는 현대 트랜시스에서 가져왔다. 1:1 기어비는 5단에 맞물려 있다.

경쾌하게 속도에 속도를 덧붙이는 움직임이 이전보다 여유롭다. 과격하게 가속을 반복해도 웬만해선 엔진 회전수가 4000rpm을 넘기지 않는다. 풀가속을 이어가면 3500rpm 안팎을 오르내리며 부드럽게 다음 기어를 갈아탄다.

시속 100km 순항 때 엔진 회전수는 오롯하게 1500rpm에 머물러 있다. 장거리 항속 주행 때 연비가 꽤 괜찮을 것이다.

▲아랫급 코란도와 티볼리에 선보였던 첨단 커넥티드 시스템 '인포콘'이 마침내 렉스턴까지 영역을 넓혔다. (사진제공=쌍용차)

◇이 시대 쌍용차의 첨단 전자장비 총망라

이밖에 파격적인 겉모습에 쏠려있던 눈길을 돌려보면 다양한 첨단 전자장비가 눈에 들어온다.

앞서 아랫급 코란도와 티볼리가 도입한 커넥티드 시스템 ‘인포콘’도 마침내 렉스턴까지 영역을 넓혔다. 음성 명령으로 내비게이션과 공조장치 조작도 가능하다. 모바일 원격제어와 카투홈 서비스까지 갖췄다.

레벨 2.5 수준의 ‘인텔리전트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도 명물이다. 이미 코란도에 선보여 내구성과 신뢰도를 인정받은 시스템이다.

대놓고 비교하자면 현대차의 자율주행 시스템보다 편하다.

현대차는 조금만 차선에 변화가 생겨도 "삐비빅" 경고금을 쏟아낸다. 반면, 쌍용차는 이보다 좀 더 여유를 주고 운전자의 판단을 기다린다.

올 뉴 렉스턴은 역사상 가장 진보한 쌍용차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대형 SUV가 아닌, ‘어퍼 미들 SUV’로 자리를 굳혀가는 모습에는 안타까움이 이어진다. 플래그십 SUV로 픽업까지 만들어 놨으니 윗급의 고급차가 또 필요하게 된 셈이다.

이미 자리에서 물러난 최종식 전 사장이 ‘4인승 초호화 렉스턴’의 프로젝트를 전면 파기시켰다는 소식이 안타까운 것도 이런 이유다.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은 렉스턴의 정통성으로 자리잡았다. 플래그십 SUV로 손색이 없지만 시장은 더 크고 화려한 SUV를 원하기 시작했다. 렉스턴이 그리고 쌍용차가 풀어야할 숙제다. (사진제공=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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