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결국 정치논리 아닌가

입력 2020-11-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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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국책사업인 동남권 신공항이 기존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의 폐기와 가덕도신공항 추진으로 방향을 틀 전망이다.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현재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의 검증 결과를 17일 발표한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이 안전·소음·환경·수요 등의 측면에서 부적합하고, 동남권 관문공항이 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해신공항은 백지화되고, 여당이 주장하는 가덕도신공항으로 바뀌는 수순으로 보인다.

거센 후폭풍이 예고된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미 결정된 국책과제의 추진 방향을 정치논리로 뒤집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권의 이해와 직결돼 있다. 또다시 동남권 신공항이 표류하고 첨예한 지역갈등을 증폭시킬 우려도 크다.

동남권 신공항은 지난 10여 년간 영남의 지역대립을 부추겨온 사안이다. 신공항은 2007년 대선 때의 공약으로 논의가 불붙었으나, 2011년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2013년 다시 추진되면서 부산·울산·경남은 가덕도를, 대구·경북은 밀양을 후보지로 내세워 충돌이 빚어졌다.

정부는 2016년 6월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보완하는 대안으로 정리했다. 용역을 맡은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가덕도와 밀양 모두 부적합하고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관련 5개 광역단체장들도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의 부·울·경 단체장들이 다시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김해신공항이 소음과 안전성, 환경훼손의 문제가 크고, 경제성 및 확장성이 부족하며, 24시간 운영돼야 하는 관문공항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논란을 키웠다. 문 대통령은 작년 2월 부산을 방문해 김해신공항 계획을 총리실이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결정의 번복을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없다며, 종전 결정대로 밀고 나간다고 했던 국토교통부의 입장도 바뀌었다. 김해신공항 검증을 총리실에 떠넘기고, 그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결과는 김해신공항 계획의 백지화다.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해도 신공항은 가덕도 쪽일 게 분명하다. 어렵게 매듭지어진 갈등 이슈를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 헝클고 있다. 총리실의 타당성 검증이 전문성과 신뢰성, 공정성의 측면에서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십조 원의 국민세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신공항 사업이 혼란을 빚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론의 소모적 분열 또한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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