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확실한 구조조정 관건

입력 2020-11-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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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을 결국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 잡히고 있다. 정부는 16일 열리는 산업경쟁력강화 장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다.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을 받아 아시아나를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30.77%)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게 하는 것이다. 아시아나 정상화를 위한 산은의 대안이다. 이에 따라 한진칼도 곧 아시아나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HDC현산이 지난 9월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한 직후 2400억 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긴급 지원했다. 이전에도 수출입은행과 함께 3조3000억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산업이 벼랑 끝 위기에 몰린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산은 등은 대한항공에도 1조2000억 원을 지원한 실정이다. 2개 대형항공사에 정부가 계속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자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는 게 산은의 판단이다. 두 회사를 합치는 것이 항공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혈세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항공사 간 M&A 사례는 많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쳐지면 글로벌 톱10의 거대 항공사로 올라선다.

그럼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막대한 혈세가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현재 아시아나의 부채는 12조 원, 부채비율은 2300%에 이른다. 대한항공 또한 부채규모 23조 원, 부채비율 1100% 수준으로 경영난이 심각하다. 항공산업 위기의 장기화로 동반부실이 심화하면서 정부가 메워야 할 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크다.

독과점 논란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도 변수다. 다만 위기상황에서 아시아나가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될 경우 별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과거 외환위기 때인 1999년에도 예외적으로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를 허용했었다. 현실적으로는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사모펀드 KCGI가 아시아나 인수를 반대하는 문제가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는 있다. 그러나 물리적 통합만으로 최악의 불황인 항공산업의 정상화와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빚더미에 올라 더 이상 회생이 힘든 기업을 살리기 위해 세금을 또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다. 혈세 투입을 줄이기 위해 확실한 자구노력과 대규모 구조조정이 전제돼야 한다. 이미 두 회사 노조들이 인수합병에 반발하는 움직임이다. 인력 감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아시아나를 대한항공에 인수시키려는 정부 의지는 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하고 단호한 의지와 실행이 국민부담을 줄이는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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