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 지속하면서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 사이 격차가 좁혀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54.2%로 전달(53.6%)보다 0.6%P 올랐다. 8월부터 2개월 연속 상승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두 달 내리 오른 건 2016년 6월 이후 4년여만이다.
자치구별로 봐도 서울 25개 자치구 중 중랑구를 뺀 24곳에서 전세가율이 한 달 전보다 올랐다.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종로구(63.0)였고 중구(61.4)와 성북구(60.3%)가 그 뒤를 이었다.
수도권 다른 지역에서도 경기는 69.9에서 70.7로, 인천은 71.9에서 77.5로 전세가율이 상승했다. 수도권 평균 전세가율은 65.5다.
올 8월만 해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2년 이후 최저치였다. 그간 전셋값이 오르긴 했지만 매매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이랬던 전세가율 추이가 반전됐다는 건 전셋값이 매매 가격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7월 말부터 시행된 새 주택 임대차보호법이 변곡점이 됐다고 본다. '2+2년 계약 갱신 청구권'과 '5% 전ㆍ월세 증액 상한제' 등 규제를 피해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자에게 전셋값을 기존 시세보다 높게 부르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어서다. 가을 이사 철이 이어지고 높아진 전셋값에 계약 갱신을 선택하는 기존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 물량은 더 귀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31.1로 통계 작성 후 최고치를 한 주 만에 갈아치웠다. 전세수급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물량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전세가율이 상승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성행하기 쉽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사이 차액만으로도 집을 살 수 있어서 자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세가율이 60%라면 집값의 40%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다. 정부는 그간 갭투자를 차단하고자 대출 규제를 강화했으나 전세가율 상승이 지속하면 규제가 무력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