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
사업 실패의 원인 중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시장을 몰랐던 이유가 가장 큰 실패 원인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그는 시장을 알아내는 최적의 방법으로 ‘프리토 타이핑’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프리토 타이핑’이란 특정 제품을 만들기 전에 이 제품이 정말 시장에서 원하는 게 맞는지를 확인하는 소비자 테스트이다. ‘내가 이 제품을 만들 수 있나’를 시험해보는 프로토타입(시제품)과 반대로, ‘프리토 타이핑’은 ‘내가 이 제품을 정말 만들어야 하나’를 답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비록 실패했더라도 한 번의 사업 경험이 자산이 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시장에 대한 경험이 바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경험이 경험으로만 끝나지 않고, 데이터라는 결과물로 분석되고 새로운 사업 수정의 바탕이 될 수 있을 때 실패의 데이터는 재창업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글도 최소 5개 이상 실패작을 거친 후 하나의 성공 모델이 안착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관점을 달리해 보면, 실패의 쓴 경험이야말로 시장에 대한 가장 중요한 데이터의 확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재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보다 실패 데이터의 분석과 이에 따른 보완 아닐까.
“첫 사업에서 저의 제품이 왜 안 팔렸는지를 알게 될 때쯤 망했어요. 그때 깨닫고 적용하지 못한 것들을 이번에 꼭 성공시키고 싶어요.”
시장에 대한 의지를 중요하게 다지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 실패 경험이 성공의 데이터가 될 수 있으려면 개인적 각성 외 사업 전 영역의 빅데이터 추출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기업이 아닌 중소·소상공인이 직접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창업 정책이 정부 주도로 시작된 지 10년째인데, 어떤 기업이 재창업에 성공하고 성공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사례 수준을 웃도는 데이터 분석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순환되지 못하는 제도적 걸림돌의 데이터가 얼마나 방대한지를 수치화하고, 재창업을 지원해준 수많은 업종의 시장과 기업가의 불균형에 따른 실패한 원인을 데이터로 축적해 자산화시켜야 한다. 재도전 수기와 시상에 뽑힌 한두 사람의 사례만 강조할 게 아니라 데이터 구축으로 연결돼야 하는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시 재기지원펀드가 3000억 원 조성되었으나, 재도전성공패키지나 재창업 자금을 받은 재창업 기업들이 후속 연계로 재기지원펀드를 받은 수치가 얼마나 되는지, 초기 재창업자금을 받은 기업가가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성공 확률이 높아질지 데이터로 추출해봐야 할 것이다. 재창업 기업가에게 가장 부족한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해 사업 단계별 검증 및 객관화 과정이 중요한지, 공동으로 협의할 사무 공간의 중요도가 어느 정도인지, 초기 재창업자에게 R&D 예산을 더 늘려야 하는지, 네트워크 사업 예산을 증액해야 하는지를 데이터로 검증해야 한다.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도 ‘소상공인 데이터 기반 경영을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방안’토론회를 개최해 소상공인의 매출 등 정보를 수집, 분석해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빅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내년 예산 중 상권분석 예산을 33억 원 책정하였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다.
다만 재창업 기업가들이나 재창업 환경에 대한 데이터 구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실패 사례가 알려지는 걸 기본적으로 꺼리며, 혹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멘토링과 코칭이 병행된 상태에서 추출하는 정보가 가장 효과적이다. 자신의 실패 경험이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돕기 위한 데이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자세 또한 재창업 지원 시 중요 심사 항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시대는 창업의 적기이니, 전문가를 믿지 말고 데이터로 승부하라”고 조언한 알베르트 사보이아의 말처럼 ‘돈보다 데이터’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