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제출 전 검토 차원인 듯…LG화학 "통상 절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진행 중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법무실이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의 인터뷰 녹취록 제출을 요청했다.
ITC의 법무실장(General Counsel)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측 변호인에게 지난해 10월 24일 폭스바겐의 녹취록과 같은 해 11월 8일 포드의 녹취록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양측 변호인은 이달 3일 관련 증거물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ITC의 지원부서 중 하나인 법무실은 법률고문 역할을 한다. 위원회에 법률 자문과 지원을 제공하면 위원회는 이를 참고해 최종결정을 내린다.
법무실이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을 위원회에 전달하기 전에 폭스바겐과 포드의 녹취록을 추가로 검토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그간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포드는 5월 ITC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LG화학은 F-150 전기차에 대한 대체 배터리를 공급할 수 없다"며 "ITC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 패소 결정은 미국 경제 전체와 공익, 보건, 복지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폭스바겐 역시 "SK이노베이션과 폭스바겐이 맺은 계약이 파괴된다면 고임금 일자리를 원하는 미국의 노동자들과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 피해가 간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최종판결이 두 차례 미뤄진 데 이어 법률 자문 조직이 보충 자료를 검토하자 업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ITC는 지난달 5일에서 26일로 판결 기일을 한 번 미룬 뒤, 내달 10일로 다시 연장했다.
이유를 따로 밝히지 않아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외부적 요인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와 일자리에 관한 사항인 데다 미국 대선과 맞물려 있으므로 조심스러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중에 이번 추가 조치는 ITC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숙고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법무실은 자문기관인 만큼 ITC의 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통상적인 절차라는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양측의 변호인이 포드와 폭스바겐을 심문했던 전체 녹취를 제출하라고 한 것"이라며 "통상적인 ITC 활동의 일환이다. 의미 부여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