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中 코로나 경제, 광군제 소비를 키워라!

입력 2020-11-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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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11월 11일 광군제 쇼핑축제의 서막이 열리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소비자를 잡기 위한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 제한과 오프라인 쇼핑에 대한 불안감에 갇혀 있던 14억 중국인의 보복성 소비를 위해 올해 12회째를 맞는 광군제 행사는 1~3일 1차 사전판매와 11일 당일 2차 본행사 판매로 나누어 진행된다.

지난 1일 1차 사전판매 개시 1시간 50분 만에 알리바바 티몰의 경우 애플, 랑콤, 화웨이 등 국내외 100개 브랜드가 매출 1억 위안(약 17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샤오미 등 일부 브랜드는 20분 만에 10억 위안(약 17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중국인들의 본격적인 보복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 작년 11회 광군제 총 매출액이 246조 원으로 올해는 2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광군제는 중국인의 소득 증가와 그동안 억눌려 있었던 소비욕구가 서구적 생활패턴으로 전환되면서 폭발한 대규모 온라인 쇼핑행사다. 알리바바 한 회사가 하루에 올린 매출액만 봐도 중국의 소비파워를 짐작할 수 있다. 2009년 알리바바(티몰+타오바오) 하루 매출액 5400만 위안(약 89억 원)으로 시작한 광군제는 2019년 2684억 위안(약 45조8000억 원)으로 11년 사이 약 5150배 급성장했다.

전 세계 25만 개 이상 브랜드와 500만 개 기업이 참여하고, 판매되는 상품 수만 약 1500만 개로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을 다 살 수 있다고 하는 광군제는 매년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 중국만 나 홀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도 4.9%로 V자 반등을 유지하며 코로나 경제의 어둡고 긴 터널을 헤쳐나가고 있다. 바로 그 중심에는 14억5000만 명의 막강한 내수 소비시장이 있다.

2019년 기준 소비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미중 패권경쟁과 코로나 경제에 맞서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10월 국경절 연휴기간(1~8일) 6억7000만 명의 중국인이 소비한 약 1조6000억 위안(약 274조 원)을 신호탄으로 이제 광군제 소비가 중국 코로나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광군제는 단순히 중국 기업과 소비자가 만드는 행사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규제 개혁과 소비 확대를 위한 각종 우대 혜택이 맞물리면서 만들어 낸 내수경제 활성화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히 소득격차가 심해지자 중국 정부는 중산층 및 하위층 소비를 자극하기 위한 다양한 소비촉진정책을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농촌 소비의 업그레이드, 도시화와 고령화 소비 수요 충족, 새로운 상품 소비 육성, 상품 및 서비스 품질 개선을 통한 고품질 소비 확대, 소비시장 환경 개선을 통한 내수 활성화,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적 소비에서 모바일 중심의 소비 확대 등 다양한 소비육성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 주도의 경제성장은 시진핑 주석의 미국에 맞서는 가장 큰 무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0월 말 진행된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 회의(19기 5중 전회)에서도 내수 소비시장 확대를 통한 ‘경제 자립화’가 핵심이었다.

이른바 ‘쌍순환(雙循環, Dual Circulation)’이라는 개념을 발표하며 14·5 규획(2021~2025년)의 성장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쌍순환 개념은 중국경제 성장방식에 있어서 수출(첫 번째 순환구조)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내수시장(두 번째 순환구조) 비중을 높이는 경제구조 전환을 의미한다. 미중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대비해 내수시장을 극대화하고, 기술자립을 위한 혁신경제로의 체질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광군제 행사는 단순히 쇼핑축제의 개념을 넘어 중국 소비파워의 건재함을 미국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11월 4일 개막된 제3회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도 중국의 구매파워를 전 세계에 뽐내는 공연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군제는 이제 중국시장을 넘어 전 세계인이 즐기고 공감하고 쇼핑하는 세계인의 축제로 성장한 듯하다.

문제는 한국이다. 중국 소비시장에 올라타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으면서 미중 양국을 잘 활용하고 있는 일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최근 일본 기업의 중국 내 활약상이 눈부시다. 한일 간 무역마찰의 틈을 타 일본 부품소재 기업과 중국 기업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고, 일본 화장품이 한국의 점유율을 빼앗아가는 등 소비재 기업들의 중국 내 매출도 계속 올라가는 추세이다. 광군제 행사의 국가별 판매순위를 보더라도 일본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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