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꿈과 희망을 먹고 자라는 ‘바이오株’

입력 2020-11-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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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딜 가나 ‘주식’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연봉과 맞먹는 금액을 모 바이오주에 넣었다가 반의 반토막이 났다는 한 지인의 얘기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뭘 믿고 그렇게 큰 돈을 투자했느냐는 책망이 그에게 쏟아졌다.

꿈과 희망을 먹고 자라는 주식이 있다. 바로 바이오주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증명한 기업이라면 코스닥 상장 기회를 주는 ‘기술특례 상장’ 제도 덕에 아쉬운 실적에도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22개로, 2005년 제도 도입 이래 가장 많은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그 가운데 바이오 기업이 최근 3년간 60~70%를 차지했을 정도다.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길고 험난한 길을 함께 가는 투자자들의 꿈과 희망이 빛나는 실적으로 되갚아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임상 실패 소식에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투자금을 날린 개미들은 한탕에 베팅한 무모한 사람이 된다.

신약 개발은 성공보다 실패가 압도적으로 많다. 예기치 못하게 임상이 실패해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신약 개발의 실력은 쌓이기 마련이다. 임상실패 뉴스를 기업에 절대적인 위험 요인으로만 봐선 안 되는 이유다.

하지만 투자자에 대한 배은망덕은 다른 문제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다.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언한 계획과 달리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먼저 밝히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책임 있는 모습이 그 어느 업종보다 중요한데, 우리가 본 업계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임상 실패 소식을 대주주가 먼저 알고 주식을 매도하기도 했고, 의약품 주요 구성성분을 허위 기재한 뒤 임상 승인과 시판 허가를 받아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기기도 했다.

바이오 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라는 이름에 걸맞으려면 투자자들의 자금을 토대로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재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바이오 투자자들이 무모한 투자자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는 책임감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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