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재 우리 사회에는 입원환자를 기준으로 간병에 대해 대략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가족이 담당하는 것이다. 별도의 재정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다. ‘모르는 남’에게 맡길 수 없고 가족이 사랑과 정성을 담아 간병해야 한다고 믿는 가부장적 가족주의 문화가 이에 한몫한다. 주로 비혼 여성, 딸과 며느리, 여성 배우자 등이 간병을 맡는 비중이 커서 성별 역할 편이가 두드러진다. 아직 이런 돌봄 방식이 지배적인 한국은 가장 보수적인 ‘남성 부양자’ 복지국가 체제의 전형이다. 그러나 돌봄을 n분의 1로 나누기에는 형제와 자녀 수가 줄고 모두가 일하는 사회가 되면서 간병 맡을 가족이 없거나 한 명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병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경우 누군가는 경제생활이나 일상을 희생하면서 간병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이 되곤 한다.
둘째, 개인 간병인에게 맡기는 방법, 즉 돌봄을 가족 내에서 전담하지 않고 외주화하되 시장에서 서비스를 구매하는 ‘시장주의’ 방식이다. 전문직업인인 간병인의 돌봄에 더하여 가족들이 틈틈이 정서적 지원을 더할 수 있다면 환자에서 좋은 다층 돌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개인 간병인을 쓸 경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평일 하루 기준 8만~10만 원, 한 달 평균 240만 원 이상이 든다. 요양병원의 요양간병에 대해서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일부 비용을 보조해주지만, 일반병원에서 치료 목적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간병비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세 번째 선택지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원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입원환자가 보호자나 개인 고용 간병인 없이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에게 전문적 간호서비스를 24시간 받게 하는 제도다. 환자 회복에 필요한 전문간호와 개인위생, 식사보조, 체위변경 등의 기본간호가 제공된다. 환자와 가족의 간병 부담이 경감될 뿐 아니라, 건강보험을 통해 지원되어 간병비 부담도 크게 완화된다. 환자 본인의 부담금이 20%로 하루 간병비 약 1만5000원, 한 달 간병비는 50만 원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 의료서비스 경험 조사에 따르면, 개인 간병인을 고용한 경우 이용한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비율이 60.3%인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한 경우 만족도가 84.5%에 달하고 있다.
보육과 장기요양에 이어 ‘간병’이라는 돌봄 영역을 공적으로 사회화해낸 이 제도는, 지난 정부에서 2013년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으로 시작하여 2015년 포괄간호서비스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명칭을 바꾼 후 2016년 9월부터는 건강보험 영역으로 편입시켜 정부 지원 정책으로 만든 것이다. 현 정부에서도 기조를 이어 문재인케어에서 강화된 바 있다.
바람직해 보이는 세 번째 옵션에도 아직 한계가 많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도입된 병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진 않다. 2019년 말 기준 534개 의료기관 4만9000여 개 병상이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 의료서비스 경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입원 환자의 9.8%만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하고 있다. 입원 환자의 11.7%는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나머지 78.5%는 가족간병 혹은 다른 개별적인 해결책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의 대부분의 병원들이 주로 손이 덜 가는 경증환자 위주로 병동을 운영하고, 막상 대소변 관리가 어렵거나 의식이 흐려 돌봄이 더 많이 필요한 중증환자들은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수가를 달리하여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에 간병을 지원하는 서비스의 양이 확대되어야 한다. 환자와 가족에게 필요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동이 더 많이 확충되고 보급되어야 하되, 개인 간병인을 이용해야 할 경우에도 개인의 비용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간병인에 대한 보험수가 적용이 필요하다. 나와 가족을 위해, 모두가 조금씩 비용을 더 부담하여 합리적인 간병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충분하고 질 높은 인력을 확보하여 아플 때 혼자가 아니라 ‘함께 돌보는’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