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호의 세계경제] 발명(invention) vs. 혁신(innovation)

입력 2020-10-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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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많은 사람들이 발명(invention)과 혁신(innovation)이 같은 것이라고 착각한다. 인벤션이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고 이노베이션이란 그 새로운 것을 응용하는 것이다.

지금의 중국은 인벤션에는 약하지만 이노베이션에는 강하다. 중국이 원천기술에는 약하지만 응용기술 개발에는 강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즉 중국은 기존의 것을 활용해서 새롭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예로 두 가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중국의 해군전략이다. 중국의 해군전략을 논할 때 항상 언급되는 것이 중국 해군의 아버지 리우화칭(劉華淸) 제독의 ‘3단계 해군전략(三步走)’이다. 이 전략은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그 첫 번째는 1982년 리우화칭이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일 때 제시한 해군 해양계획 초안이다. 당시 리우화칭 제독은 2010년까지 제1도련선(島鏈線, Island Chain) 내의 해양지배권을 차지하고, 2020년까지 제2도련선 내의 지배권을 확보하며, 2040년까지 미국 해군의 인도태평양에서의 지배권을 억제하겠다고 선언했다. 1987년 두 번째 버전은 2040년이 아니라 2050년 전후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대양해군을 건설하겠다고 한 점만 다르다.

리우화칭이 1단계 목표로 제시한 제1도련선은 쿠릴 열도에서 시작해 일본, 대만, 필리핀, 말라카 해협을 잇는 중국 근해를 말한다. 한반도와 최근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남중국해도 제1도련선 내에 위치한다. 제2도련선은 오가사와라 제도,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 근해, 서태평양 연안 지대를 잇는 선을 지칭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름도 낯선 ‘도련선’이라는 개념은 중국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존 포스터 덜레스(John Foster Dulles) 전 미 국무장관이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당시 미국은 지리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아시아의 바다를 둘러싸고 소련과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억지력을 형성하고자 했다. 이러한 미국의 방어전략을 역으로 자신들의 해군 청사진으로 활용한 것이 바로 리우화칭 제독의 ‘3단계 해군전략’이다. 얼마나 탁월한 중국의 이노베이션인가.

두 번째 사례는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계획이다.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중국의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는 2025년까지의 국가전략인 14차 5개년 개발계획(2021~2025)을 최종 논의하고 의결할 예정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4·5계획에서 개혁·개방 지속과 첨단과학 연구 및 핵심 분야의 독립성 확보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적으로는 개혁·개방을 지속하고 외자를 유치하면서, 양적 발전에 치중했던 기존 모델에서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핵심 첨단기술 확보 등 질적 발전을 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14·5계획에 포함될 중국의 핵심 첨단 과학기술 리스트다. 많은 국내외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이 리스트에 미국의 산업안보국(BIS)이 수출통제법(ECRA: Export Control Reform Act)에 근거해 수출 관리를 하겠다고 선정한 ‘부상하는 핵심 첨단기술(emerging and foundational technologies)’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수출통제법에서 2018년 최초 선정한 14개 첨단기술은 현재 37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10월 15일에는 백악관이 ‘부상하는 핵심기술에 관한 국가전략 보고서(National Strategy for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를 별도로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국이 향후 기술 패권을 유지할 핵심 첨단기술(C&ET: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로 첨단 컴퓨팅, 인공지능(AI), 바이오, 정보통신 및 네트워킹, 데이터 과학, 반도체, 우주 기술을 포함한 20개 분야를 명시했다. 아마도 그동안 미국 정부가 숙의를 거쳐 대중국 견제를 위해 선정한 이 기술들은 모두 중국의 14·5계획 및 2035년까지 달성할 중장기 목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과학기술 혁신국가로 부상한다는 큰 그림의 디테일을 또다시 미국이 세운 대중(對中) 전략을 활용해서 채우는 중국이다. 다시 한번 이노베이션의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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