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명예교수, 한국국제통상학회 고문
10월 10일자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 특집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인용하여 2021년 말 미국의 경제 규모가 2019년과 동일한 수준인 반면, 중국은 1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 충격을 겪고 있는 일본과 함께 유럽은 팬데믹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향후 수년간 경기후퇴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 성과의 각국 간 차이는 국가별 방역체제와 이에 따른 코로나19의 전파속도 및 각국의 통화정책, 재정지원 등 정책적 대응, 그리고 경제구조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가운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구조 문제이다. 코로나가 만성화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경제구조는 일자리와 국민소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중 간 패권경쟁 구도의 변화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에 따라 국가 존망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각국은 제로 수준으로의 금리 인하, 재정 투입과 함께 타격받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생존 지원정책을 펴왔다. 이에 따라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도시 서비스 부문 일자리는 축소되는 반면, 소수 기술기업에 의한 시장지배 현상을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만이 독야청청 성장을 구가하게 되면 머지않아 중국은 경제규모 면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 예상된다. 경제규모뿐만 아니라 고속철, 핀테크, 공유경제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기존의 달러자본과 결제시스템의 우위만을 무기로 한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성공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는 한미동맹에 의존하여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라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정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의 ‘쿼드(Quad) 플러스’ 가입 요청에도, 중국의 경제보복에도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무반응 행보의 유지가 우리에게 최선의 대안일까? 생각해보자. 미국과 중국에 대해 중립을 표방하며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의 효과는 우리의 안보적, 경제적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 중립 표방은 우리에게 미·중 양국에 힘을 쓸 수 있는 지렛대가 있을 때 효과가 있으며, 안보는 대체재가 없는 반면 경제는 대체 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발언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국수주의적 공격과 2017년의 사드 배치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지속 가능한 대안이 아니다. 경제를 빌미로 우리를 속국 취급하며 상전노릇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는 국가 간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중국이 경제규모 면에서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1위 대국이 되더라도, 우리에게 위협이 될지언정 더 이상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으로서의 역할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안보와 경제의 확실한 분리 접근이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안보는 미국과의 확실한 동맹을 선택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다자주의에 입각한 자유시장 경제 원칙 천명을 통해 경제 문제를 원칙에 입각하여 처리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우리 기업 또한 기업활동의 국내 이전(reshoring)이나 글로벌가치사슬(GVC)의 근거리화 및 단순화 등 코로나19에 의해 초래된 변화와 중국의 보복에 대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