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한 장으로 남아공 밀던 나이지리아 꼬셔

입력 2008-11-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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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세계에너지총회 대구 유치 최대 공로자

지난 8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집행이사회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타전됐다. 덴마크 코펜하겐,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과 치열한 경합을 벌여온 우리나라 대구시가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WEC 총회) 개최지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에너지 올림픽'으로 불리는 WEC 총회 유치는 그동안 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 등 모두가 합심해 이룩한 성과라다.

그 가운데서도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이자 WEC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훈(56) 대성그룹 회장이 민간외교에서 발휘한 공로가 단연 돋보였다. 김 회장은 2007년 11월 로마 WEC 기간 중 한국이 2013년 WEC 유치전에 뛰어든다고 공식 선포하고 세계를 누비며 WEC 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고 사재를 털어가며 로비전을 펼쳤다.

김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WEC 총회 유치전의 숨막혔던 순간과 원자력에너지를 비롯한 녹색성장에 대한 평소의 소견을 차분히 설명했다.

김 회장은 먼저 초반 열세를 뒤짚고 최종 선정된 WEC 총회 유치전에 대한 뒷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치열했던 유치전

초반에는 대륙별 안배 논리를 앞세운 남아공 더반과 신재생에너지 강국인 덴마크 코펜하겐 등 경쟁국에 밀렸다고 한다.

특히 남아공 더반은 2010년 WEC 총회 장소로 결정된 캐나다 몬트리올과 접전을 벌였던 곳으로 WEC 회원국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이번 총회 장소로 내정돼 있었으며 덴마크 코펜하겐은 '대륙별 안배'라는 강력한 논리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도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등 쉽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WEC 부회장이었던 김 회장이 같은 부회장을 맡고 있는 중국의 장궈바오 국가에너지국 국장과의 돈독한 관계를 활용해 중국과 일본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반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평했다.

특히 최종 결정일 열흘을 앞두고는 김 회장이 보낸 편지에 남아공의 강력한 지원군이자 아프리카지역 담당 부회장국이던 나이지리아가 움직이면서 쐐기를 박았다고 했다.

또 투표를 하루 앞두고 남미지역을 총괄하는 노베르꼬 메데이레스 부회장으로부터 브라질을 비롯한 7개국이 대구를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대세를 완전히 결정지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이 오케스트라처럼 활동했다"고 총평했다.

◆조직위원회 구성 절실

김 회장은 WEC 총회 대구 유치가 확정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빠른 시일에 조직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WEC 총회가 대구에서 열리는 것은 5년 후이지만 2010년 몬트리올 총회에서 상세 프로그램이 확정된 초청장을 배포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 총회에서 진행될 세부적인 프로그램, 연사 등을 2010년 WEC 몬트리올 총회에서 종합보고를 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조직위원회 구성과 조직위원장 선출이 향후 WEC 대구 총회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WEC 총회는 각국 에너지 장관, 글로벌 에너지 업계 CEO 등과 정치, 외교적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한 자리"라며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직위원회와 조직위원장이 그만큼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분야 전문가이자 ▲세계 각국의 주요 에너지전문가와의 인맥 ▲국제 회의 주최 경험과 함께 ▲실무능력 등을 조직위원장이 갖춰야할 주요한 능력으로 꼽았다.

◆신재생에너지 기업 인수 추진

김 회장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로 떨어진 지금 선진국의 태양광이나 풍력 분야의 선두 업체 인수를 저울질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의 주가가 유가 하락으로 떨어질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세계 금융위기와 유가 하락으로 M&A 시장에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양질의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이 매물로 많이 나와 있다"며 "국내와 유럽 업체 2~3곳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갈수록 거래가격이 떨어지는 양상인 만큼 좀 더 시간을 갖고 내년초께부터 인수를 본격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가스 등 화석 에너지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 대성그룹으로써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고민할 수 밖에 없고 신재생에너지야 말로 미래라는 것이다. 그는 "영국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의 전망에 따르면 석유는 40년, 천연가스는 60년 뒤에 고갈된다고 한다"며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우리 그룹은 장사할 것이 없어진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부르짖는 '녹색성장'에 대한 전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김 회장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몇%로 끌어올릴 것인지를 목표로 삼기보다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녹색산업을 일궈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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