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누르고, SMIC 치고 올라오고…시험대 오른 삼성 파운드리

입력 2020-10-18 11:00수정 2020-10-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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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1위 TSMC, 화웨이 없이도 3분기 최고 매출
中 SMIC, 美 압박에도 7나노 공정 개발설…中 반도체 굴기 여전히 위협적

▲화성 파운드리 생산라인 항공사진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 속에 시험대에 올랐다.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는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으며, 반도체 굴기를 천명한 중국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초미세 공정 기술 개발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18일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는 미국의 압박에도 초기 7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공정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SMIC의 기술 수준은 14나노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SMIC의 7나노 공정 개발 완료 소식은 중국 언론의 자국 기업 띄워주기가 담긴 다소 과장된 내용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MIC의 공식적인 발표나 EUV(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한 7나노 공정 개발 소식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웨이에 이어 SMIC가 미국의 제재를 받는 상황 속에서도 이같은 소식이 나오자 반도체 업계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여전히 위협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는 EUV 장비를 늘리며 1위 다지기에 나섰다. TSMC는 화웨이 공백에도 9월 매출이 전년 대비 24.9% 증가한 1275억8500만 대만 달러(약 5조12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이다.

3분기 역시 분기 최고 매출 기록을 달성했다. 3분기 매출은 약 3564억 대만 달러(약 14조3000억 원)로, 전년보다 21.6% 늘었다.

TSMC는 최대 고객사인 화웨이 물량이 줄었지만, 초미세공정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기업의 고사양 반도체 생산을 독식하며 호실적을 거뒀다. 최근에는 애플과 인텔 물량까지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4%로 2위인 삼성전자(17%)와의 격차를 더 벌린 것으로 추정된다. TSMC와 미세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추격에 힘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TSMC는 최근 EUV 장비 수주에서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EUV 장비를 생산하는 ASML에 따르면 3분기 국가별 매출 비중 가운데 대만이 47%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분기 38%에서 3분기 26%로 줄었다. TSMC가 3분기에 가장 많은 EUV 장비를 구매했다는 의미다.

TSMC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직접 방문, EUV 장비 공급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EUV 노광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해 필수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 노광기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노광기는 대당 1500억 원을 웃도는 초고가 장비이지만, 삼성전자와 TSMC는 파운드리 시장 확대를 위해 치열하게 ASML 장비 확보전을 펼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ASML을 방문한 것 자체가 삼성전자가 EUV 노광기 확보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합종연횡도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 대응을 재촉한다. 미국 CPU(중앙처리장치)ㆍGPU(그래픽처리장치) 전문업체 AMD는 AI(인공지능)칩 제조사이자 FPGA(프로그래머블칩) 업체 자일링스 인수에 나섰고, 미국 GPU 업체 엔비디아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를 추진 중이다. 향후 결과에 따라 이들 업체가 선정하는 파운드리 회사가 바뀔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막대한 생산 능력으로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리드하고 있고, SMCI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업고 바짝 추격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 파운드리, ‘고객 다변화·네트워크 강화’ 과제

▲1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뮌헨'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정은승 사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고객 다변화는 앞으로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과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물량 다수가 삼성전자 시스템 LSI에서 나오고 있다. 퀄컴 등 삼성 외 고객사로부터도 물량을 수주받고 있지만, TSMC보다 주문 물량이 적고, 주문받은 물량도 대부분 중저가 제품 중심이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만 IBM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퀄컴 5G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까지 생산을 맡으면서 고객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객사와의 네트워크 강화도 과제로 꼽힌다. TSMC는 기술력이 뛰어난 협력사들과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TSMC에 뒤지지 않는 공정 미세화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파운드리 전·후 공정과 연계한 서비스에서는 경쟁력을 더 갖춰야 한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유대 관계 강화를 위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고객을 위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개발자들을 위한 ‘세이프(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을 정례적으로 열고 있다.

특히, 올해 서버 없이도 반도체 칩 설계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 ‘SAFE-CDP(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Cloud Design Platform)’를 출시하기도 했다. 팹리스 고객들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즉시 칩 설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가상의 설계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최신 파운드리 생산시설인 화성캠퍼스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극자외선) 기반 7나노 양산을 시작했다.

올해 2월에는 EUV 전용 화성 ‘V1 라인’을 가동했으며, 이를 통해 초미세 공정 생산 규모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8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이 가동에 들어갔다. 이 라인에서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첨단 3세대 10나노급(1z) LPDDR5 모바일 D램이 생산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5G, HPC, AI, 네트워크 등 신규 응용처 확산에 따라 초미세 공정 중심의 성장이 예상되며,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모바일 칩을 필두로 하이엔드 모바일 및 신규 응용처로 첨단 EUV 공정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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