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현 퍼셉션 대표
브랜드·디자인·사람·경험에 대해 논의하는 독서클럽에서도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구성원 대부분이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찾는 기획자·마케터·디자이너·창업가이다 보니 편협한 사고가 일을 하는 데 얼마나 큰 장애요소인지, 어떻게 극복 가능한지 고민이 많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경험과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와 다른 생각을 만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방어하게 되는데, ‘각자의 방어력’이 점점 더 강해짐을 느낀다. 앞서 말했듯 온라인에서 만나는 수많은 정보와 커뮤니티는 이미 ‘내 취향’으로 필터링되었으며, 그 안에서만 반복적으로 소통하다 보니 조금만 달라도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고 판단하기 쉬워서일 수 있다. SNS 중독을 막기 위한 ‘디지털 디톡스’라든지,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면 ‘디지털 윤리’ 등 현명한 사용 기준을 어려서부터 습득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겠다는 이야기와 치우치지 않기 위해 각자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생각을 공유했다.
자신이 보는 것이 진리라 믿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더 작게 분절되고 폐쇄적 커뮤니티는 강화되며 그룹 간 반목은 더욱 심해진다. 이동이 없는 부족 시대도 아닌 데다 전 지구적으로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에 봉착한 지금 ‘나와 다른 생각’에 유연하지 않다면 우리는 어떤 가치 있는 일도 해낼 수 없을 것이다. 싸우기 싫어 타협하지만 책임지기 싫어 외면하는 일도 자주 생길 것이며, 조직 내 의견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 문화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을 이탈하게 할 것이다.
자기 주관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편견과 고정관념, 관성에 귀속되면 ‘내가 해봤는데 그건 안 돼’라는 과거의 오류와 ‘내가 아는데 원래 다 그런 거야’라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다른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우리의 면역체계가 SNS로 인해 교란되고 있으니 ‘나와 다름’을 존중하고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의식적 노력을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해야 한다.
이전에 없던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경우나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기 어려운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는 다양한 가설의 발산과 토론과 합의를 통한 적합한 대안으로의 수렴이 무척 중요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님을 인정하고 다른 의견이 나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경청하며 자기 객관화와 비판적 사고로 합리적 대안을 이끌어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종 분야 간 융합과 정반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를 이상향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부딪혀보는 연습이 절실한 때에 인공지능 스타트업에서 작은 팁을 얻었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그림들을 오피스 곳곳에 걸어놓고 멤버들 각자의 다른 생각을 공유하기도 한다는데, 모두가 다를 수 있음을 전제하고 소통의 방법을 찾는 일상의 연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각자의 동굴 안에서만 살 수 없으니, 함께 살아가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다른 의견’에 대한 자세를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어렵다면 모더레이터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