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실제 실업자 수, 공식 통계보다 많다” -유럽 실업 통계, 무급휴가·단기 근로 반영 안해 -미국 실업 통계에는 구직포기자 빠져있어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공식 통계에서 제외된 이런 ‘그림자 실업’이 향후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공식 실업자 수는 지난주 기준으로 25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과 유로존의 8월 실업률은 각각 8.4%와 8.1%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며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원하는 만큼 노동 시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일시적으로 해고를 면한 경우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례도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카타리나 우테뫼르 알리안츠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과 신흥국에서 실업자 3000만 명이 통계에서 빠졌다”며 “이전의 경기 침체보다 숨겨진 실업자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등교 재개가 시작된 9월 통계에는 그림자 실업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테뫼르에 따르면 스페인의 경우, 7월 실업률은 15.33%였는데 구직 포기자까지 통계에 반영하면 20% 이상으로 높아진다. 미국과 이탈리아 역시 10%가 넘게 되며, 유로존 전체는 9%로 상승한다.
특히 유럽의 실업률 통계는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문제를 은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월 유로존 내 공식 실업자 수는 1320만 명이었다. 하지만 알리네 슐링 ABN암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실제 실업률은 공식 통계치보다 4~4.5%포인트 높을 것”이라며 “취업자 중 약 20%는 단기 근로자라 결국 실업자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슐링 이코노미스트의 추정치에는 실업 후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아 공식 통계에 실업자로 집계되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됐다.
도이체방크의 마르크 데 뮈쫀 이코노미스트는 “건강 문제나 봉쇄 조치, 학교 폐쇄 등으로 인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집계하면 실업률은 10% 이상 될 것”이라며 “1600만 명이 실업 상태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이어 “유로존 내 노동자의 5~10%는 무급 휴가 중”이라며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한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무급휴가자를 실업자로 분류하지만, 구직 포기자가 많아 통계적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1차 확산이 정점을 찍었던 4월, 미국의 공식 실업률은 14.7%, 실업자 수는 230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8월 실업률이 8.4%로 떨어지며 실업자 수도 1360만 명으로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두고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지만, 전문가들은 낙담한 노동자들이 구직 활동을 단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임스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실제 실업률은 9.6%일 것”이라며 “2300만 명의 실업자가 공식 통계에서 누락됐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헤이디 셰이어홀즈 경제정책연구소(EPI) 선임연구원 역시 “3300만 명이 실업으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보수적으로 계산했을 때 구직 포기자는 43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