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동근 “각급 법원별 연고관계재배당 제도 활용 ‘들쑥날쑥’”

입력 2020-10-07 11:34수정 2020-10-0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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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근절 실효성 의문… 춘천지법·서울남부지법·울산지법·전주지법 등 제도 활용률 '0%'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각급 법원별 '연고관계에 의한 재배당' 제도의 기준이 상이함에 따라 '주먹구구식' 운영의 문제가 지적됐다. 연고관계 재배당제도란, 변호인과 연고관계가 있는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된 경우 재판부를 다시 정하는 것으로 '전관예우' 논란을 근절하고,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원이 도입한 제도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동근(인천 서구을) 의원은 각급 법원별로 상이한 기준 아래 연고관계 재배당제도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함에 따라 해당 제도의 활용률은 저조하고, 그 수치도 각급 법원별로 편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연고관계 재배당제도 시행근거는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에 따른다. 이 제도는 2015년 8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처음으로 시행했고, 현재는 각급 고등법원과(6개) 전국 지법(18개)에서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제도가 법률이 아닌 법원 '예규'를 따르는 까닭에, 각급 법원별로 연고관계 재배당제도 기준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대법원 조사 결과, 각급 법원에서는 각자의 사정(법관수, 재판부 수 등)에 따라 재배당에 관해 일응의 기준을 두고 있다. 이에 대법원은 "법원별로 기준이 상이해 각급 법원의 '연고관계 재배당제도' 내용을 제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에선 고교동문, 대학(원)동기, 사법연수원(법학전문대학원), 같은 재판부나 업무부서 또는 로펌에서 함께 근무한 경우,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업무상 관계가 있을 때를 '연고관계'로 정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조사 결과, 춘천지방법원에선 친족관련 재배당제도만 시행하고 있다.

▲최근 3년 전국 고법(6개) 연고관계재배당제도 활용현황. (출처=대법원, 신동근 의원실)

이에 지난해 12월 6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각급 법원의 '연고관계 재배당제도' 시행 현황을 공유하고, 각 법원 내에서 기준을 정비하고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신 의원은 △각급 법원별로 상이한 기준과 잣대로 연고관계 재배당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 △제도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에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신 의원의 지적이다.

대법원이 제출한 '최근 3년간 고법과 지법의 연고관계재배장제도 활용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지법보다 주로 2심을 맡는 고등법원에서 높은 활용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법에서는 △서울고등법원이 가장 높은 활용률을 보였고 △대전고법은 제도 활용률이 0%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법의 경우 △수원지법이 3년 평균 54.1% 활용률로 가장 높았고, 이어 △창원지법(52.1%)과 △서울동부지법(41.6%)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춘천지법·서울남부지법·울산지법·전주지법 등 네 군데에서는 '연고관계 재배당제도' 활용률이 0%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연고관계재배당 제도 활용이 저조한 이유는 전관예우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소극적인 인식이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지적된다.

법원행정처가 2018년 9월 발표한 '전관예우 실태조사 및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전관예우 존재에 대한 동의' 조사에서 판사 54.2%가 “전관예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법조계 종사자 여섯 직역을(판사, 법원직원, 검사, 검찰직원, 변호사, 변호사사무원 등) 대상으로 시행됐는데, 전관예우 존재를 부정하는 답변 비율이 판사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검사가 34.9%로 뒤를 잇고 있다.

또, '전관예우 심각성 정도'에 대한 설문조사에는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답변에서도 판사가 2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전관예우는 가장 대표적인 법조윤리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주요 법조비리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전관예우 문제는 그 주요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하지만,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연고관계 재배당제도는 법적근거 부재와 각급 법원별로 상이한 기준으로 제도 활용률은 천차만별이고, 판사들의 저조한 인식과 참여로 실질적 활용률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신 의원은 연고관계 재배당제도기준을 일원화해 이를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의원은 "물론 각급 법원별로 법관수, 재판부 수 등 환경적 요인의 차이로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하겠지만, 최소한의 공통기준을 마련해 각급 법원에 적용토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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