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K바이오 ‘제약주권’ 시험대…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 구슬땀

입력 2020-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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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백신 구걸' 설욕할 기회…셀트리온ㆍ녹십자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전 세계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내노라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국내 코로나19 종식은 국산 치료제와 백신 탄생에 좌우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시대는 각국의 ‘제약주권’을 확인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백신·치료제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 확진자 1위인 미국은 1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유망한 백신 후보물질을 모두 선점했다. 유럽연합(EU)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억 회분,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 2억 회분을 각각 공급받기로 했다. 영국은 4개 기업으로부터 총 3억4000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사전 확보했다.

영국의 의약시장 조사업체 에어피니티는 2022년 1분기까지 생산 가능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최대 10억 회 분량으로 전망했다. 즉, 일부 부유한 국가들이 전 세계 백신을 싹쓸이하게 되는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특정 국가의 백신 독점을 막자는 취지의 ‘코백스(Covax)’ 프로젝트를 가동했지만, 미국은 참여를 거부했다.

K방역으로 폭발적인 확산 방지에 성공한 우리나라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이 상용화를 목표로 진행 중인 임상은 치료제 9종, 백신 1종이다. 이 중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GC5131)와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CT-P59)가 연내 사용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상 2상에 들어간 GC5131은 10월 중 임상시험용 제품 2차 생산을 완료한다. 생산 물량을 1차보다 4배로 늘려, 240회 투약할 분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임상 2상 결과를 내놓는 동시에 치료목적 사용승인이 가능할 전망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의료현장의 치료목적 사용에 투입될 것을 염두에 두고 2차 생산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CT-P59의 1차 임상 결과를 분석해 안전성을 확인했다. 임상 2/3상도 허가 받은 이 회사는 2상을 마치는 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개발 성공 시 대규모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이미 지난달부터 상업용 생산에 돌입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올 연말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가능할 것”이라며 “셀트리온은 전 세계 어느 제약사보다 항체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은 제넥신과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내년까지 국산 백신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가장 먼저 임상에 진입한 기업은 제넥신으로, 지난 6월 1/2a상 승인을 받았다. 글로벌 선두 기업인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의 모더나 등이 임상 3상에 진입한 가운데, 제넥신은 확진자 수가 많은 해외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해 개발 속도를 단축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백신 개발과 함께 해외 개발 백신의 위탁생산 기지로 나섰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가 각각 개발하는 백신을 생산하면서 국내 공급 물량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자체 개발 백신은 정부는 물론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지원도 받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국립보건연구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DNA 백신 후보물질을 도출했다. 하반기 인체 임상에 진입해 2022년 상반기에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은 개발 속도 면에서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백신·치료제 자급화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사전에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해외로 ‘구걸’하러 다녀야 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정부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제약주권 확보에 적극적이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치료제·백신 개발을 지원을 위한 1707억 원을 편성,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3상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를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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