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공급 계약 위약금 부담…발전사 "'개별요금제', 향후 고려"
한국가스공사가 전기·가스 요금 인하를 위해 2022년부터 도시가스 개별요금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히자 액화천연가스(LNG)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발전사들이 개별요금제 도입을 위해 기존 계약을 파기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개별요금제는 모든 발전소에 일괄적으로 평균 요금을 적용해 LNG를 공급했던 기존 방식이 아니라 발전소와 광구별로 계약을 맺고 각기 다른 요금을 청구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발전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LNG를 골라 살 수 있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이 가능해 이전보다 원가를 절감할 기회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장기 공급 계약을 파기하고 위약금을 내야 해 발전사들은 쉽사리 개별요금제 도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발전사들은 위약금을 물고 과거 고유가 시기에 맺은 LNG 장기 공급 계약을 파기한 후 개별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향후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 이후로 결정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사도 싼값에 발전 원료를 구매하는 개별요금제의 이점을 알고 있지만,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이 커 높은 원재료비를 부담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 종료 시점까지 개별요금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당연히 개별요금제를 선택하고 싶지만, 장기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 커 기존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업체들이 많다”며 “보통 20년 단위로 장기 계약을 하는데 해약을 하려면 매년 약정 물량에 가스공사의 공급비용을 곱한 금액을 위약금으로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면 기업들은 1년에 쓰지도 않은 (LNG 값을) 몇백억 원씩 물어야 하는데 계약 기간이 통상 6~10년 정도 남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영업이익보다 (위약금이) 큰 경우도 있어서 장기 계약이 끝나고 나서 개별요금제를 적용하든지, 계약을 맺되 물량을 줄이든지 하는 쪽으로 업체들이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전기·가스 요금 인하 효과도 개별요금제가 시작하는 2022년이 아니라 발전사들의 이 제도를 적용한 이후에나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도 위약금 문제로 개별요금제 도입이 되더라도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전사와 시장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개별요금제 대상은 신규 발전사나 (2022년에) 장기 계약이 마무리되는 회사가 대상”이라며 “장기 계약사들도 할 수는 있지만, 기존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용의 경우 앞으로 평균가 계약이 폐지되기 때문에 향후 발전사들은 개별요금제를 선택하든 직수입을 하든지 선택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개별요금제 적용은 장기 계약을 맺은 발전사 외에 이미 SK E&S, GS에너지, 포스코 등 LNG 직도입을 하는 기업들에도 희소식은 아니다.
가스공사가 2022년 연평균 도입 물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892만 톤을 저렴하게 재계약한다면, LNG 직도입 사업자들의 저가 원재료 수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 발전시장은 발전사들의 공급과 전력수요가 만나는 점에서의 한계발전단가가 시장가격으로 결정된다. 즉, 저렴한 가스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한계발전단가 자체가 낮아져 직도입 사업자들의 판매단가도 낮아질 수 있다.
일각에선 개별요금제 도입은 가스공사에만 긍정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민간 기업의) 직도입 물량 증가로 가스공사의 시장점유를 방어하기 위해 개별요금제를 시행하게 된 셈인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전력시장 전체 평균 비용 절감으로 전기요금 인상의 명분을 낮추기 위해 개별 업체들의 희생이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는 이에 대해 기업의 LNG 직수입에 따른 폐해를 막고 안정적으로 저렴한 LNG를 도입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