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건설사들, 투기지역 풀리자마자 배짱분양

입력 2008-11-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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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전매 가능' 내세워 고가 분양 재연

이달 초 수도권 내 투기과열지구와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전지역이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분양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정부 규제가 사라지자 마자 곧바로 배짱 분양가를 내세운 '간 큰 아파트'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시장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이들 '배짱 분양물량' 대부분은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어 결국 투기수요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10% 이상 분양가를 할인한 재분양 물량이, 다른 한편에서는 배짱 분양 물량이 나오는 이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림산업이 서울 용산구 신계동에 공급하는 신계대림e-편한세상과 두산건설이 경기 부천시 약대동에 분양하는 '부천약대 두산위브'가 그 주인공이다.

두 단지는 모두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확정된 이번 주 바로 분양광고를 내고 본격적인 입주자 맞이에 들어갔다. 두 단지 모두 민간택지 공급물량이라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이들 단지들이 내세운 고가의 분양가에 있다.

용산구 신계동의 재개발 아파트 '용산신계e-편한세상'은 전체 867가구 중 262가구가 일반공급 분이다. 19일 신혼부부특별공급 청약을 시작으로 본격 분양에 나선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주택형에 따라 3.3㎡당 2000만~2500만원 가량으로, 주상복합 아닌 일반아파트로는 용산구 최고 분양가를 넘어선 분양가다.

현재 입주한 아파트를 보더라도 신계 대림e-편한세상의 분양가는 이미 고급 주거지역으로 자리잡은 동부이촌동에서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인기 아파트의 가격과 유사한 수준이며 인근 입주 3년차 주상복합인 용산파크자이보다 약산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신계 대림e-편한세상의 '엄청난' 분양가는 신계동 일대가 향후 개발이 집중될 지역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입지 면에서 동부이촌동이나 용산공원 조망이 가능한 파크자이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만큼 3.3㎡당 2500만원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철도 지상구간과 접해 있어 소음은 물론 외부지역과 단절되는 입지적 약점까지 갖고 있다.

향후 용산 역세권 개발은 긍정적이지만 인근 주민 입장에서 공사기간동안 소음 등 각종 공해에 시달리고 입주 후에는 주거 쾌적성 확보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만큼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신계 대림e-편한세상이 고가 분양 전략을 내세운 이유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것 때문이다. 회사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 해제에 따른 대출 상한 확대와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마케팅 전략은 자칫 분양권 전매를 노린 투기수요를 자극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산건설이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에 공급하는 재개발 아파트인 '부천약대 두산위브'도 배짱분양에 해당된다.

약대 재개발 1,2구역에 각각 620가구와 1223가구를 지어 이 중 378가구와 748가구 등 모두 1122가구를 일반에 분양하는데 3.3㎡ 분양가를 주택형에 따라 84㎡형의 경우 3.3㎡당 1230만원, 107∼115㎡형은 1350만원, 147∼149㎡는 143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 분양가격은 부천 중동ㆍ상동신도시를 제외한 부천의 구 도심에서는 가장 높은 금액이다. 부천 구 도심 아파트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3090가구 중동주공 재건축 물량의 현재 분양권 거래 가격과 비슷하며 107~115㎡형의 경우 오히려 더 높다.

두산건설 측은 약대 두산위브가 중ㆍ상동신도시와 가까운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른바 '대체주거지'를 표방하며 들어선 신도시 주변 아파트들이 분양가는 신도시 아파트 유사하게 책정하지만 결국 시세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분양가는 대단지란 점을 내세워 분양권 전매를 하려는 투기 수요를 노린 것으로 지적된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센터장은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됨에 따라 과거 2000년대 초반 재건축과 함께 집값 앙등의 '쌍두마차'역할을 했던 분양권 전매 광풍을 건설업체들이 노리고 있다"며 "분양권 전매 수요는 어차피 계약금만 있으면 되는만큼 분양가의 높고 낮음을 고려치 않는 것을 악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일부 건설사들의 배짱 분양가 물량이 나오자 시장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의 모럴헤저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분양가로 인해 미분양이 적체되면서 시작된 건설사들의 위기를 위해 정부가 국민 혈세까지 사용하면서 미분양 매입에 나서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배짱 분양가를 내놓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란 게 이들의 이야기다.

한 시장 전문가는 "건설업계는 올 초 새 정부에 각종 부동산시장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면서 '자정 노력'을 펴겠다고 밝혔다"며 "규제가 완화되자 마자 또다시 배짱 분양을 시도한다면 그들이 말한 자정노력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라는 비정상적 시장행위를 독려하는 듯한 마케팅 방법도 비판 대상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분양권 전매는 다분히 부동산 시장에서 부당이익을 취하려는 투기행위일 뿐"이라며 "건설시장이 이 같은 투기행위에 의존해야 버틸 수 있다면 시장 자체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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