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리포트]②개미 울리는 ‘리딩방’…낚는 수법도 진화 중

입력 2020-09-23 15:15수정 2020-09-2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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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정보서비스 피해구제 접수 현황. (자료=한국소비자원)

최근 목돈을 고위험 투자처에 넣어 한몫 챙기려는 20~30대 청년이 늘고 있다. 이른바 ‘한 방 재테크’다. 이들은 예·적금이나 펀드 등 안정적인 금융상품은 거들떠보지 않고, 우선주나 곱버스(곱하기+인버스), 언택트·바이오 테마주(株)처럼 변동성이 큰 투자처에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20~30대가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면 “6개월 차 사회 초년생인데 적금은 싫고 해외 주식에 올인(한군데에 전부 투자) 중”, “카카오게임즈와 테슬라에 전 재산을 넣었다.” 같은 내용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탕 노리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04년생)’

20·30세대의 평균 투자금액은 1600만 원. ‘단타’ 성향이 강했다. NH투자증권이 올해 투자를 시작한 주식 계좌를 분석한 결과 회전율은 20대(2365%)와 30대(25135%)가 가장 높았다. 40대(1383%), 50대(2009%), 60대 이상(728%)을 압도했다. 개인투자자 이모 씨의 경우, 최근 6개월간 거래대금이 30억 원에 달했다.

개미들의 투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22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는 전 거래일보다 5.60% 급락했지만, 서학 개미들이 9월 들어 가장 많이 산 종목 2위(6억930만 달러)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애플(7억2347만 달러)이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사고판 거래대금은 1270억 달러(약 147조 원)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전체 해외 주식 결제액(409억8500만 달러, 약 48조 원)의 세 배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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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대 1’ 지난 9월 3일 카카오게임즈가 달성한 일반청약 통합 경쟁률이다.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에 분 광풍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지난 10일 상장한 카카오게임즈까지 올해 들어 공모주 청약에 쏠린 돈만 150조9000억 원에 이른다.

‘한 방’을 노린 ‘도박 개미’, 카지노 등으로 갈 자금이 주식시장 고위험 상품으로 몰려

주가가 빠지면 2배 돈 버는 곱버스나 묻지마 우선주에 올라타는 개미들도 많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8월까지 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펀드는 ‘삼성코덱스(KODEX)200선물인버스2X’로 집계됐다. 유입 규모는 4조7390억 원에 달한다. ‘한 방’을 노린 ‘도박 개미’들의 등장에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문을 닫은 카지노와 스포츠 도박에 몰릴 돈이 주식시장의 고위험 상품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도박개미’의 배경에는 경제적 불안감이 있었다. 취재 중 만난 직장인 박 모 씨는 “부동산은 남 얘기”라며 “은행 금리가 1%도 되지 않을뿐더러 공채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소득은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올해 주식을 돈 벌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하니 손 놓고 볼 수 없었다”며 입문 배경을 밝혔다.

리딩방, 개미 노리는 ‘하이에나’

“오늘 시장 급락 출발할 겁니다. 모두 안전띠 꽉 매고 따라오세요!! ○○○○, 가즈아! 3% 수익권 진입”

오전 9시, 주식시장이 열리자 리딩방 운영자 A씨는 특정 종목과 매수가를 외치며 종목 추천을 시작한다. 틈틈이 그날의 특징주와 테마주를 정리해서 올린다. 오후 2시께, 그는 “엊그제 드렸던 A 종목 모두 삼미팔 아름답게 성공~♡”이라면서 유료 서비스 신청 링크를 보냈다.

자료에 적힌 가입비는 적게는 1만 원대에서 400만 원대다. 투자금 규모에 따라 가입비 구간이 다르다. 이후 A씨는 “이 방은 ‘참여도’가 낮아 운영하지 않겠다”며 “프리미엄 종목 정보를 받고 싶은 분은 유료 서비스를 구독 신청하라”며 방을 떠났다.

대부분 주식 리딩방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같은 단체 대화방을 통해 회원을 모집한 뒤, ‘프리미엄 정보’라는 미끼로 비싼 유료회원 가입을 유도한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은 ‘주식 리딩방’에 대해 소비자 경보(주의) 발령에 나섰다.

▲주식 리딩방 대화 (자료=이투데이)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주식투자정보서비스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1997건으로 월평균 221.9건이다. 2017년 475건, 2018년 1621건, 2019년 3237건으로 2년 새 7배 가까이 뛰었다.

개미들을 울리는 수법도 더 치밀해졌다. ‘주린이’를 대상으로 ‘종목 리딩’ 뿐만 아니라 교재와 동영상 강의까지 얹어 판매한다. 처음 가입 당시엔 교구재는 기본 제공이라고 했지만, 환불을 요청할 때는 해당 교구재비를 명목으로 떼가는 방식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대부분 피해자는 무료 체험하는 동안 실제로 수익도 경험하다 보니 리딩방 리더들을 ‘전문가’로 믿는 경향이 있다”며 “비대면으로 계약이 진행되다 보니 가입자들도 계약서도 잘 읽지 않고, 카드번호를 불러주고 결제하는 등 소비자 피해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딩비를 받고 일대일 자문을 하는 건 일반 개인이든 유사투자자문업자든 불법이다. 문제는 이들이 뒤엉켜 있어 관리ㆍ감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원인의 제보나 신고 없이 파악할 방법이 제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사투자 자문업자나 일반 개인이 운영하는 주식 리딩방에서 수익률과 종목 적중률 등 근거 없는 실적을 내세워 보통 수백만 원의 이용료를 내도록 유인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거 말고는 없으니깐’이라는 심리가 자리 잡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독 청년 세대들은 주식에 열광하는 배경엔 ‘이거 말고는 없으니깐’이라는 심리가 자리 잡았다”며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고, 근로 소득으로 결혼 자금이나 생활비 마련도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생활 수준으로는 과거 기성세대가 누렸던 인생 사이클을 완성할 수도 없다는 불안감에 주식 투자를 ‘마지막 남은 계층 사다리’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국제금융센터 이은재 책임연구원은 “개인의 주식 비중 확대는 자산 다변화 측면에서 경제에 긍정적이다”면서 “그러나 주식 과열 우려 때 나타나는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업이익 측면 제고 △주주친화적 환경 등 조성 △ESG 강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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