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파트 거래절벽에 가격 급등, 시장왜곡 심각

입력 2020-09-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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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거래가 얼어붙고 있는데도 매매·전세가는 계속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이달 들어 20일까지 신고된 아파트 매매 건수는 620건(계약일 기준)에 불과했다. 이런 추세라면 9월 월간 거래량이 1000건을 밑돌아 사상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6월 1만5591건, 7월 1만655건이었다가 8월 4589건으로 급감했다. 이번 달에는 아예 ‘거래절벽’이다. 서울시가 2006년 월간 매매동향 집계를 시작한 이래 거래 건수 1000건 이하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부동산 매매시장이 마비된 상태임을 뜻한다.

그럼에도 간간이 성사되는 매매가격은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권뿐만 아니라 비강남권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동작구 흑석동, 광진구 광장동, 마포구 아현동 등에서 전용 59㎡대 아파트가 14억∼15억 원대로 거래된 사례가 신고됐다. 전셋값도 따라 오르고 있다. 이들 지역 같은 면적대 전세 시세는 8억 원을 훌쩍 넘고 있다.

거래가 두절되면서 드물게 매매되는 아파트가 비싼 값에 거래되고, 이것이 전세가격을 밀어올려 다시 매맷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부동산 시장의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부동산플랫폼인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매수우위지수가 9월 첫주 96.2로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진 이후 지난주 92.1로 더 하락했다. 매수세보다 매도세가 강해 가격이 떨어져야 하지만, 매매가격 지수는 오히려 0.37%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노원·강북·은평·도봉·중랑구 등 비강남권 상승률이 0.5% 이상이었다. 정부가 수요를 계속 억누르고 있지만 실수요 거래에 따른 가격 상승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거래 비율이 낮아지고 월세를 낀 반전세가 늘면서 세입자 부담도 가중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비율은 6월 75.1%에서 7월 72.6%, 8월 71.7%, 9월 70.8%로 하락하고 있다. 반면 반전세 비중은 6월 24.1%에서 이달 28.4%로 상승 추세다.

정부가 수도 없이 쏟아낸 전방위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대책이 여전히 먹히지 않고 역효과만 키우고 있음을 드러낸다. 매물을 잠기게 해 거래가 얼어붙었는데,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매맷값을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시장만 왜곡되고 무주택자의 절망감만 커지고 있다. 다주택자의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세율을 대폭 올리는 ‘부동산세금 3법’의 국회 통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새 임대차법 시행이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절벽과 매매·전세가 상승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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