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끝이 좋으면 다 좋다, ‘한 번 더 해피엔딩’

입력 2020-09-1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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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인생이 길어졌다. 이제 인생 이모작, 삼모작까지 이야기한다. 그만큼 장기적인 삶의 경영이 필요하다. 처음에 잘나갔다고 해서 계속 잘된다는 보장도 없다. 터닝 포인트도 잘 잡아야 한다.

할리우드에서 잘나갔던 작가 키스 마이클스(휴 그랜트)도 한창 때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을 정도의 인기 작가였다. 하지만 이제는 남이 쓴 각본을 수정하거나 아니면 잡글을 써 근근이 호구지책으로 삼고 있다. 그러던 차에 시골의 전임교수 자리를 제안받는다. 시나리오 강의 자리가 비었단다. 집도 자동차도 제공해 준다고 하는데 어째 영 내키지 않는다. “교수라는 작자들 자기 인생도 책임 못 지면서 학생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루저들 아니야? 난 싫어!” 그러나 전기료를 내지 못해 방 안의 전기가 단전되고. 할 수 없지 뭐 하는 심정으로 시골 대학으로 가 겪게 되는 인생 2회전 이야기가 바로 영화 ‘한 번 더 해피엔딩’이다.

휴 그랜트는 시나리오가 똑 떨어지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발산할 수 있는 영화에 잘 맞는 배우다. 허당기가 있으면서 위트 넘치고 귀여운 영국 영어 악센트를 구사하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부임 첫날 초짜 교수는 우연히 만난 여학생과 깊은 관계까지 가 버린다. 그러나 여학생은 아주 뻔뻔하다. “교칙이 무슨 상관이에요. 다 큰 성인 남녀가 한 이불 속에 잔들….” “이봐, 우린 부적절한 관계라고! ”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는 첫 수업부터 펑크를 내고 대학 윤리위원회 여교수에게는 성희롱 발언을 하는 등 좌충우돌 행각을 보인다. 그저 LA에서 자신의 시나리오가 팔려 이곳을 빨리 뜨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할리우드 제작자는 오히려 그의 제자가 제출한 시나리오를 맘에 들어 하면서 일이 꼬이고 만다. 그러다 문득 그는 자신이 뒤늦게 찾은 천직이 바로 학교임을 깨닫게 된다.

▲한 번 더 해피엔딩
“노력만 한다고, 열정만 가진다고 다 되는 건 아니야…!” 항상 이런 독설을 입에 달고 살았던 그도 인생 막바지에 주어진 하늘의 소명에 귀를 기울인다.

이렇듯 인생 이모작은 우리의 계획이나 생각과 다르게 펼쳐질지 모른다. 그러나 삶을 관통하는 교훈은 여전히 존재한다. ‘꾸준한 노력과 끊임없는 열정은 한 줌의 재능을 이긴다는 사실을….’ 그리고 ‘끝이 좋으면 결국 다 좋다’는 것을. 4, 50대 중년 아재들도 한 번 더 해피엔딩을 외치며 남은 생을 버텨내 보자.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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