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오병석 농기평 원장 "농식품 산업 발전, 결국 R&D에 달렸다"

입력 2020-09-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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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시드 프로젝트(GSP) 내년 종료, 뒤이어 '디지털 육종 혁신'

단기ㆍ소액 과제 한계 극복 위해 투자금액ㆍ지원 기간 늘려
영세 농산업체 R&D 여건 고려 현금부담금 현물로 대체 가능케
중장기 정책 개발에 치중할 것…고용 창출 한국형 뉴딜 적극 참여

▲오병석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농업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농업이 미래형 생명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이에 필요한 것은 연구개발(R&D) 기획과 정책 개발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내년부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오병석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 원장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농식품 산업 발달을 위해서는 결국 R&D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취임 이후 그는 내년부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 원장은 올해 1월 20일 취임했다. 농기평은 농업과 농촌, 농식품 과학기술 육성을 위한 다양한 R&D 사업을 기획하고, 연구 과제를 평가·관리해 성과를 확산시키는 기관이다. 오 원장은 “정부의 연구 지원이 필요한 문제나 기술 영역을 파악하고, 연구를 통해 해당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연구자를 선정하고, 연구 과제가 목표한 대로 잘 진행되는지 평가하고, 연구 결과물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촉진하도록 하는 곳”이라고 농기평을 소개했다.

금보다 비싼 종자 개발하자

올해 농기평의 R&D 예산은 총 1949억 원. 스마트 농업을 비롯해 바이오산업, 고품질 농식품, 기후변화·재난·질병대응, 국민 삶의 질 향상 등 총 5가지 분야 22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농업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문제 해결을 위한 스마트농업 고도화나 고부가가치 종자 육성, 유용 미생물·유전체 활용 기반 구축, 미래 유망 식품 발굴, 기후변화·동식물 질병 대응력 강화, 그리고 농업과 농촌의 현안문재 해결 등 농업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시작한 농기평의 골든시드프로젝트(GSP)는 국내 종자산업 수출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GSP 사업은 ‘금보다 비싼 종자를 개발하자’는 취지로 우수종자의 수출 및 수입대체를 위해 품종개발 관련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2019년도 기준 수출 5034만 달러 외에도 국내 매출 229억 원, 품종개발 145건 등에 해당하는 우수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오 원장은 “GSP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국가연구개발 사업 우수성과 100선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6과제가 선정됐다”며 “국가 R&D 예산 중 농식품부 예산이 1%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눈여겨볼 만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종자산업은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오 원장은 프로젝트를 더욱 키워갈 계획이다. 그는 “세계 종자시장은 550억 달러인데 우리나라는 4억 달러로 비중 1%에도 못 미친다”며 “세계 종자시장의 70%는 식량(곡물)이 차지하는데 우리나라 민간에서는 대부분 채소 종자만 갖고 있어 경쟁력이 부족하고, 민간이 비싼 종자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고 나아가 해외로 수출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지원 중”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종료되는 GSP 사업에 이어서는 ‘디지털 육종기반 종자산업 혁신기술개발사업(가칭)’을 기획 중이다.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사업비 6550억 원(농식품부 2000·농촌진흥청 3150·산림청 200·민간 1200)의 부·청이 함께 후속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 이후부터는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식품 산업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비한 스마트팜 구축을 위해 농식품부, 과기부, 농진청과 공동으로 178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사업단을 구성하고 전문가를 확충한다. 이 외에도 종자산업, 노지 정밀농업(2023년~), 동물감염병(2023년~), 마이크로바이옴(2023년~) 등 장기 프로젝트가 계획 중이다. 이미 내년 예산도 올해보다 21.0%가 늘어난 2359억 원을 편성했다.

오 원장은 “단기·소액 과제 위주의 투자로 실질적인 성과 창출이 어려운 한계 극복을 위해 과제당 투자 금액(1억~3억 원)을 두 배 이상 증액할 예정”이라며 “과제지원 기간 또한 1~3년에서 5년 수준으로 확대해 연구자의 몰입과 자율성을 높이되, 충분한 연구성과가 담보되도록 책임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영세 농식품 기업 현안인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D.N.A(Data·Network·AI) 등 첨단기술을 도체 가공공정, 식품 제조공정 등에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기술개발도 추진하고 농업용 필름, 농약원제 등 주요 농자재 수입의존, 축산 분야 생산비 상승 및 환경문제 등 고질적 농업 현안 해결에 본격 투자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업계 연구개발도 차질

이 같은 사업들의 핵심은 결국 R&D라는 것이 오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2009년 농기평 설립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책과장으로 재직하며 농기평의 설립에 일조했다. 농림수산 분야 R&D의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을 인지하고 농기평 출범을 추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오 원장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농기평의 R&D 기획 역량 강화에 나섰다. 기획과 예산 업무를 총괄기획본부로 일원화했고 이를 통해 중장기 정책 개발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기능을 뒀다. 또 정책개발팀을 신설하여 앞으로 농식품 분야의 미래 먹거리를 끊임없이 조사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조직개편을 했다.

▲오병석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원장(오른쪽)은 지난 달 25일 지역 교육발전의 사회적 가치실현을 위해 교육기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하지만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연구 진행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오 원장은 회고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기업 80%가 R&D 활동에 차질이 생겼고, 농산업체는 영세기업이 대부분이라 연구과제 중단까지 이어질 우려에 처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농기평은 R&D가 계속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과기부와 논의해 올해까지였던 기술사업화지원, 고부가가치 식품기술개발 등 사업은 2025년까지 일몰을 연장했다. 이들 사업은 특히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손꼽힌다.

또 중소기업의 현금부담금(매칭금액의 10%)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를 현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현재 중소기업은 전체 연구비의 25%를 매칭하되 매칭금액의 90%는 현물(과제참여 직원의 인건비·보유 중인 연구 장비 사용료 등)로, 10%는 현금으로 부담하고 있는데 기존 매칭금액의 10%까지 현물로 대체 가능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함에 따라 현금 보유가 많지 않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경감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D 코디네이터’ 일자리 창출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에도 적극 참여한다. 한국판 뉴딜이란 고용 충격을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책 사업이다.

오 원장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농식품 R&D 기획 및 투자방향을 그린뉴딜 분야로 전환했다”며 “녹색산업 혁신이나 도시·공간·인프라의 녹색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구현, 녹색기반 구축 등 연관성이 높은 사업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농업의 R&D 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해 ‘R&D 코디네이터’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R&D 코디네이터란 농식품 R&D 경력 5년 이상인 산·학·연 퇴직 연구자들이 연구 관리나 기술사업화 등에서 자문을 수행하는 제도다.

연구개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역량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애로사항이 있는 기업·단체에 관련 연구자들을 연결해 성과로 연결시키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30명에 불과했던 코디네이터는 올해 166명까지 확대했고, 퇴직자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오 원장은 “농식품기업, 자조금 단체, 영농조합법인 등이 연구개발에 참여하면서 초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기업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퇴직 인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일자리 사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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