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 연말엔 탈출하나? 국산 치료제 2종 '대기'

입력 2020-09-09 16:27수정 2020-09-0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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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올 연말 본격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셀트리온과 GC녹십자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임상에 진입한 다수 기업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와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가 각각 올해 말부터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확산세와 위급함을 고려해 임상 3상을 완료하기 전에 환자들에게 쓰이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이달부터 인천 송도 공장에서 항체치료제 'CT-P59'의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임상 진행과 제품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CT-P59는 지난 7월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국내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후 투약을 완료,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 경증 환자에 대한 임상 1상은 8월 25일부터 착수했으며, 이미 2/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 상태다.

셀트리온은 9월 말부터 임상 2/3상에 돌입해 연말까지 중간 결과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타진할 수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얻으면 신속히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임상 2상 결과 안전성이 탁월하면 연말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가능하다"고 언급, 항체치료제의 연내 사용 의지를 강조했다.

송도 공장은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다. 1공장과 2공장을 더해 총 19만 리터 규모로, '램시마' 등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풀가동되고 있다.

▲셀트리온 연구진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기존 제품의 재고량 등을 고려해 생산 계획을 조절,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생산 여력을 확보했다. CT-P59의 사용승인을 10배치(batch·바이오의약품을 배양하고 정제하는 전체 공정 단위) 이상 생산해 사용 승인을 획득하는 즉시 국내에 대량 공급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을 통해 항체치료제의 최종 용량과 투약 횟수 등 세부적인 사항이 결정될 것"이라며 "정확한 생산량은 임상이 진행된 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실제 신약 허가 승인을 위해서는 임상 3상까지 마쳐야 한다. 셀트리온은 늦어도 내년 5월까지 이를 모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임상과 함께 글로벌 임상도 진행 중으로, 영국에서 임상 1상을 승인받고 유럽 내 2/3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선두 기업은 미국의 리제네론과 일라이릴리,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이다. 모두 임상 2/3상 단계에 진입했다.

리제네론은 치료목적 임상 2/3상과 예방목적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로슈와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일라이릴리는 4분기 경증·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목적 임상의 초기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으로, 효과가 입증될 경우 연말까지 10만 도즈(1도스는 1회 접종량)를 생산할 예정이다. GSK는 내년 1분기 최종 결과를 공개하고 상반기 중 상업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항체치료제 개발은 속도전 양상을 띠고 있다. 셀트리온도 계획대로라면 상반기 중 임상 3상까지 결과를 확보할 수 있어서 올해 연말은 항체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개발 속도 면에서 좀 더 빠른 것은 혈장치료제다.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 'GC5131A'는 임상 1상을 면제받고 8월 20일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7월 중순부터 임상시험용 제품 생산에 돌입해 1차 생산을 일찌감치 완료했으며, 전날부터 2차 생산에 들어갔다.

GC5131A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 단백질을 분획해 만든 고면역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이다. 고면역글로불린은 오랜 기간 인체에 사용돼 온 제제이기 때문에 개발 과정이 간소화될 수 있다.

GC녹십자는 연말까지 임상 2상의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치료목적 사용승인이 허가될 수 있다.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긴급한 상황에서 의료진의 요청으로 정식 상용화가 되기 전의 의약품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미 연내 혈장치료제의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공언한 바 있다.

2차 생산 물량은 1차에 비해 4배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2상이 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2차 생산을 통해 약 240회 투약할 분량을 확보하는 셈이다.

혈장치료제 1회 투여분을 생산하려면 통상적으로 확진자 2~3인의 혈장 공여가 필요하다. 지난 4일 기준 코로나19 완치자 2634명이 혈장 공여 의사를 밝혔으며, 이 가운데 1936명의 채혈이 완료됐다.

GC녹십자 관계자는 "2차 추가생산 분량은 주로 의료현장의 치료목적 사용에 투입될 것"이라며 "앞으로 의료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혈장 공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과 GC녹십자 외에도 부광약품과 제넥신 등 7개 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승인을 받았다. 약물 재창출 전략으로 임상 2상에 바로 진입한 곳은 부광약품, 엔지켐생명과학, 신풍제약,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대웅제약 6곳으로, 이 가운데 3곳이 환자 투약을 개시했다.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지지부진하던 임상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는 제넥신은 8월 7일 'GX-17'의 임상 1상에 착수했으며, 중증 환자에 대한 고무적인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비시르'에 이은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도 추가됐다. 한국릴리는 지난 7일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의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600명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임상에서 15명을 국내 모집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치료제 선점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코로나19 치료제의 전 세계적 가치를 32조4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이 가운데 국내 시장이 약 6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신종플루 팬데믹 상황에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타미플루'는 2009년에만 33억 달러(3조92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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