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을수록 잘 팔린다"...식품업계 '마이크로 포장' 전성시대

입력 2020-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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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포장’ 전성시대다. 식품업계가 기존 제품을 ‘나노 단위’로 쪼개며 미니 사이즈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늘어나는 1인 가구와 실속구매를 선호하는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함께 나눠먹기보단 혼자 먹기를 선호하는 식문화 확산에 힘입어 '마이크로 제품'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제공=오리온)

오리온은 올 상반기 기존 ‘도도한 나쵸’ 시리즈를 1인용 취식에 알맞게 재단장한 ‘도도한 미니미나쵸’를 선보인 지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40만 봉을 기록했다. 도도한 나쵸 브랜드 전체 매출의 40%다. ‘미니 스낵’은 기존 브랜드 제품군 매출도 밀어올려 도도한 나쵸 브랜드 전체 매출도 약 20% 올랐다. ‘혼술족’을 겨냥해 만들어진 경량화 버전의 감자칩 ‘마켓오 감자톡’도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50만 봉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커피믹스 사이즈도 작아지고 있다. 동서식품은 올해 들어 ‘카누 시그니처’ 제품군을 두 차례 경량화했다. 기존 '카누 시그니처'보다 용량을 2.1g에서 1.8g으로 줄이고 가격을 14% 낮춘 ‘카누 시그니처’ 2종 리뉴얼을 선보였다. 앞서 3월에는 ‘카누 시그니처’보다 0.9g 용량을 줄인 소용량 제품 ‘카누 시그니처 미니’를 내놨다.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마시기 좋은 용량으로, 작은 컵으로 더 간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과일도 작을수록 더 잘 팔렸다. 14일 GS25가 분석한 과일 카테고리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7월부터 이달 6일까지 △샤인머스캇(200g) △아삭한/부드러운복숭아2입 △썸머킹사과(1입/봉) △세척자두(350g/팩) 등의 소용량ㆍ소포장 과일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다. 5월만 해도 과일 매출 베스트 1~3위에 과테말라바나나(6~8입), 성주참외(1.5kg/봉), 착한사과(1.8kg) 등이 올랐던 것과 달라진 트렌드다.

(사진제공=GS리테일)

식품업계가 제품 미니사이징에 나서는 건 늘어나는 1인 가구와 '가심비'를 추구하는 MZ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제품을 경량화하면서 가격을 함께 낮춰 가성비를 따지는 젊은 층과 1인가구에 두루 접근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라이프스타일이 1인 가구로 넘어오면서 1회 취식량 자체가 달라졌다"면서 "유통채널별로 다르긴 하지만, 미니 스낵 가격대가 대체로 1000원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가격 접근성을 높인 점이 매출 상승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포장'은 식품업계 입장에선 생산설비나 패키지 모양을 전부 재정비해야 되기 때문에 단가가 더 많이 들지만, 시장에서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소포장ㆍ소량 생산이 대세로 자리잡았다”면서 “또 코로나로 2~3명이 모여서 먹기보단 혼자서 먹는 문화가 확산되다 보니 과일의 경우에도 통으로 구매하기보단 4분의 1, 5분의 1로 쪼개서 1번에 먹고 끝낼 수 있도록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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