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 3사의 합병이 무산될 기로에 놓였다. 에이프로젠 그룹이 제출한 합병 신고서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기준 미달로 거듭 퇴짜를 맞으면서 더는 공들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에이프로젠 측이 합병 이슈를 내세우며 3사 주가가 급등한 사이 전환사채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만 대거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금융감독원은 에이프로젠 KIC에 대해 지난 1일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심사 결과, 제대로 형식을 갖추지 않아 다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중요 사항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은 이번을 포함해 에이프로젠 3사에 대해 네 번째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그간 에이프로젠은 여섯 번의 정정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번번이 다시 내용을 수정해 제출하라고 요구받았다.
특히 에이프로젠은 신약 파이프라인에 설명을 수차례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개발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Humira) 바이오시밀러의 개발 단계, 상업화 가치를 산정하는 부분에서 금융당국의 타당성을 얻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회사 측이 주장하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가치 부분에서 이견이 엇갈린 셈이다.
이번에도 합병신고서가 ‘퇴짜’를 맞으면서 에이프로젠 3사 합병 계획은 회사 측의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에이프로젠은 지난 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에도 금융당국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을 경우, 합병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당시 게시글으로 두고 이미 합병이 성사되지 않을 것을 내포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아직까지 회사 측은 합병 철회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사회를 거쳐 합병 계획을 조정한 후 입장을 공표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4월부터 에이프로젠 KIC, 에이프로젠 H&G, 에이프로젠제약 등은 3사 합병과 얽혀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이중 주가 변동성이 가장 높은 종목은 에이프로젠 KIC였다. 에이프로젠, 에이프로젠 H&G가 에이프로젠 KIC로 흡수합병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올초 셀트리온 3사 합병 이슈와 겹치며 ‘제2의 셀트리온’로 불리며 에이프로젠 관련 종목 주가가 대거 급등하기도 했다.
주가 급등 수혜는 에이프로젠 KIC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부터 A사, B사 각자 보유한 전환사채 350만주에 대해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지분을 전량 장내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가격은 1715원으로 처분가는 2700~3000원 사이였다. 약 40억 원씩 차익을 남긴 셈이다. C사 역시 전환사채 758만주에 대해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전량 매도하며 약 86억 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