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쫓다 지붕 쳐다보게 된 '마이너스의 손'

입력 2008-12-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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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하다는 말만 믿고 투자처 물색 결국 원금만 날려

#전문

6~7년전 한 증권사의 TV CF 속 "부자 아빠가 되자"라는 말을 듣고 감명을 받은 박모씨. 이름만 들었다하면 알만한 명문대 출신에다 능력있는 아내까지 둔 덕에 연간 수입이 1억원을 넘는 박씨의 최대 고민은 바로 재테크다. 박씨의 일상은 재테크로 시작해 재테크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MF가 막 끝나가던 시절 아무 생각없이 들었던 펀드가 '대박'이 터지면서 재테크길로 접어든 박씨는 사이버 트레이딩을 하다가 회사내 상사에게 걸려 혼난 적이 한 두번이 아닐 정도. 그런 박씨가 잡은 것은 단연 2000년대 초반 연이어 대박을 터뜨려대던 부동산이었다.

#본문

박씨의 부동산 투자는 소액 투자가 가능했던 분양권 전매로 시작했다. 박씨는 2002년 10월 분양권 전매가 '사회악'이 돼가던 시절 과감하게 수원 영통의 한 주공 아파트 33평형을 잡았다. 계약금 1000만원에 프리미엄 1000만원을 보태 2000만원을 들여 이 아파트 분양권을 산 것. 1주일 동안 미등기로 갖고 있던 박씨가 분양권을 넘기면서 번 돈은 1000만원.

당시 급여가 연 3000만원을 간신히 넘던 박씨로선 4개월간 벌어야할 돈은 한꺼번에 벌었으니 어찌 부동산의 매력에 빠지지 않겠는가? 박씨는 그때 주식에 들어간 돈을 모두 빼내 5000만원을 만들어서 부동산에 정식으로 뛰어들었다.

박씨는 당시 유망하다고 난리가 난 재개발에 먼저 투자했다. 나름 경제 상식이 충분하다고 자부하는 박씨는 블루오션을 찾았다. 그런 박씨가 잡은 곳은 2002년 말 전국을 강타한 서울 강북 뉴타운이었다. 박씨는 당시 사창가였던 '미아리 텍사스' 부지가 투자수익성이 있다는 동료에 말에 3000만원을 넣어 네명이서 1억2000만원 짜리 지분 하나를 샀다.

◆동업으로 이익보자 단독 투자 결심

이 것까지는 박씨의 성공사례다. 3개월 만에 5000만원 가량이 오르자 박씨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5000만원을 네명이 나눠봐야 1250만원 밖에 안된다. 이는 2000만원을 들여 불과 1주일만에 1000만원을 만든 자칭 '투자의 귀재' 박씨에겐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박씨는 동료들에게 온갖 욕을 다 먹어가며 자기의 지분 3000만원과 프리미엄 800만원을 더해 3800만원을 뺀다. 450만원은 향후 세금과 먼저 빼간다는 '페널티'로 추가 지불한 금액인 셈이다.

박씨는 다시 자신에게 거부(巨富)를 안겨 준 분양권에 손을 댔다. 박씨가 노린 곳은 성북구 종암동의 한 조그만 아파트. 100가구 규모의 작은 단지지만 이름있는 건설사가 지은데다 주변 아파트보다 낮은 분양가가 매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개월 후 입주기간이 시작됐지만 분양권 가격이 오를 생각을 안한다.

준공승인이 나서 입주를 해야하지만 잔금과 중도금을 낼 돈이 없다. 박씨는 등기 직전 겨우 겨우 프리미엄 300만원을 받고 분양권을 처분할 수 있었다. 이번엔 4000만원을 들여 3달 만에 300만원을 얻은 셈. 운 좋게 양도소득세를 안 내게 된 것을 위안삼아야 했다.

'뿔 난' 박씨의 다음 투자처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투자 광풍이 불기 시작한 충남 공주, 이른바 행정수도 이전지. 노 대통령이 당선된 지 5개월이나 지난 탓에 이 곳의 매매가격은 이미 상투에 올라있었다. 2002년10월 대선 두 달 전만 해도 평당 100만원도 안됐던 공주시의 농지는 당시 평당 250만원까지 올라 있던 상황. 박씨가 가진 자금은 모두 5100만원. 박씨는 이 곳에 자신의 자금을 몽땅 투자하는 과감성을 보였다.

그런데 땅값은 더이상 오르지 않았다. 7~8개월 사이 2~3배가 올랐던 충남의 땅값이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지지부진에 빠지며 오르지 않는 것이다. 결국 10.29 대책이 터지면서 놀란 박씨는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돈을 뺄 수 밖에 없다. 5000만원을 투자한 박씨는 500만원의 차익을 거뒀지만 세금과 복비로 300만원을 내고 나니. 2003년 말에는 5300만원으로 자금이 '고자리'에 있게 된 것이다.

◆분양권 전매 금지로 단타 투자 전환

분양권 전매가 금지 되자 박씨는 단타 투자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자금이 많지 않은 탓에 재건축은 살 수 없었던 박씨는 다시한번 재개발을 두드렸다. 금호동에 6평짜리 지분을 은행 대출을 통해 1억원을 주고 매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정부가 박씨의 발목을 잡는다. 정부는 쪼갠 지분에 대해 20평짜리 소형 아파트만 분양 받게 만들겠다는 규정을 밝힌 것이다.

또 한번 놀란 박씨는 부랴부랴 지분을 정리했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다. 한푼도 손에 쥔 것없이 양도세만 처리하는 선에서 지분을 정리하자. 6개월간 은행 이자만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박씨는 이번엔 입주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으로 방식을 바꿨다. 박씨는 갓 입주한 경기 용인 수지의 한 아파트를 매입하고 1년만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2004년은 집값이 궁극의 안정세를 보인 기간이다. 역시 이번에는 적지 않은 매출을 끼고 매입한 박씨는 2004년 9월 500만원 손절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이 집은 판교 광풍과 더불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박씨는 이제 집값이 오른다는 것도 '딴 나라 얘기'임을 깨닫게 됐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는 것만 틀림 없는 사실. 박씨는 행정수도, 아니 당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름이 바뀐 충남에 다시 한번 기대를 모았다.

박씨는 충남 연기군 조치원에 공급한 아파트가 계약금 500만원에 살 수 있다는 분양대행사를 얘기를 듣고 4개를 계약했다. 개당 100만원 씩 400만원을 프리미엄으로 분양대행사에 지급한 박씨는 '소소하게' 2000만원 씩 벌 생각을 갖게 됐던 것이다. 더욱이 입주때 까지 이자 상환 압박없이 기다릴 수 있다는 점도 박씨에겐 기분 좋은 점이었다.

하지만 행정수도는 또한 박씨를 기만했다. 박씨가 매입한 조치원 아파트는 2007년 말 입주를 시작했지만 불꺼진 집만 가득한 것. 아예 미분양 물량은 '대물 변제'란 듣도보도 못한 이름으로 바뀐 채 분양가보다 20~25%까지 떨어져 거래되고 있었던 것. 박씨는 해약을 하려고 했지만 이 경우 계약금을 모두 날려야하고 아울러 중도금의 일부도 지급해야한다는 정관을 보고 분양대행사 직원을 찾았지만 이들은 종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박씨는 계약금을 털고 난 것으로 상황을 겨우 마칠 수 있었다.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500만원씩 2000만원을 허공에 날린 셈이다.

◆따라가는 투자 패턴 결국 원금만 날려

2006년 박씨는 다시 한번 심기일전의 각오로 '실수요를 겸한 투자'를 계획했다. 자신이 살던 33평형 아파트 전세금 2억원과 투자자금 중 남은 돈 3000만원. 그리고 아내와 모은 돈을 합쳐 4억원을 들여 버블세븐 중 하나인 분당의 한 25평형 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샀다.

버블세븐이란 청와대의 지적이 있은 만큼 이 지역은 인기 주거지역으로 남을 것이고, 지난 3~4년 새 분당의 가격 상승세를 볼 때 투자가치는 충분하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었다. 이제 블루오션 대신 충분한 투자가치를 갖고 있어 최소한 떨어지지 않는 아파트를 사겠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2년이 넘게 지난 현재 이 아파트는 4억3000만원으로 2000만원이 떨어져 있다. 오히려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박씨와 박씨의 아내는 늘어난 유류비로 교통비용만 날린 셈이다.

박씨의 투자 패턴은 틀린 것은 아니다. 박씨는 분양권에서 재개발지분, 토지 등 다양한 투자를 했으며, 부동산 시장 안정기에는 방어적인 내집마련으로 계획을 바꾼 점 등은 매우 적절한 투자행위였다.

하지만 문제는 운이다. 박씨는 지나치게 블루오션을 쫓았으며, 이 것은 박씨에게 투자실패라는 교훈을 줬다. 박씨는 이제 부동산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분당에 집을 갖게 된 것만 다행으로 여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도 박씨는 광교신도시의 유망 아파트를 분석하면서 지하철에 몸을 실어 종로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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