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수출 비중 확대…중국의 한국 바이오ㆍ비대면 산업 투자도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이 늘어난 동시에 외국인 직접투자(FDI)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1~7월 수출의 대(對)중국 비중은 25.8%로, 전년 동기 24.3%보다 1.5% 포인트(P) 증가했다고 3일 밝혔다.
반면, 다른 국가의 수출 비중은 전체적으로 약 1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영향으로 대유럽연합(EU)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감소했으며, 중남미와 인도는 각각 34.3%, 34.5% 줄어들었다.
중국 대상 수출이 증대된 것은 중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일찍이 코로나19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경기 회복세가 먼저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국은 3월 초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뒤 4월 개최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11.1% 수준인 약 11조 위안(약 1914조 원) 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며 4월부터 산업생산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했다.
중국의 투자·소비·생산 등은 2∼3월 최저점을 기록한 이래 시차를 두고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5월 열린 양회에서 5세대 통신(5G)·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등 신형인프라 투자 확대를 결정함에 따라 관련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6월부터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6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특히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수출이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7월 주력 품목인 석유제품,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부진으로 대중국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하지만 중국의 신형 인프라 투자 확대, 원격근무·온라인 교육 등 언택트(비대면) 문화 정착, 5G 스마트폰 수요 확산 등으로 반도체와 컴퓨터 등은 3.8~38.3%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할 경우 지난해 30% 가까이 줄어든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올해도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뿐만 아니라 대(對)한국 외국인투자 측면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코로나19에 따른 국내외 기업인에 대한 국경 간 이동 금지·제한, 불확실성 증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4% 감소한 76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대 한국 직접투자 규모가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미국과 EU의 경우 비중까지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은 유일하게 대 한국 투자 금액과 비중이 동시에 증가했다. 중국의 대 한국 직접투자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4.4% 늘어난 8억56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 중 중국의 비중은 작년 상반기 3.0%에서 올해 상반기 11.2%로 8.2%P 증가했다.
특히 투자 업종을 살펴보면 기존의 금융·부동산 중심의 투자 패턴을 보였으나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바이오, 비대면 업종이 대세였다. 작년 상반기 대비 의약(7만4000%), 전기·전자(3800%) 업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제조업 전체의 대 한국 투자도 무려 290% 급증했다.
전경련은 “이는 주요국이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산업생산 및 해외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중국만 3월 이후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듦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대내외 경제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또한, 작년 중국의 대 한국 투자가 전년 대비 -64.2%가량 줄어듦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경영계는 한중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연내 방한을 성사시켜 한중 경제관계를 조기 정상화하고 양국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뉴딜’ 정책에서 비즈니스 협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상반기 성사되지 못한 시진핑 주석의 연내 방한이 성사돼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제한조치 해제 등을 통해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전으로 한중 경제관계 구조가 정상화되기 바란다”며 “중국판 뉴딜(兩新一重)과 한국 그린뉴딜 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해서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정부가 지난 5월 21일 양회를 통해 중국 경제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5G 기지국 건설, 신에너지 자동차충전소, 빅데이터센터, 인공지능, 산업네트워크 등 중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중 기업 간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 한중 경제협력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