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존재의 미학, 우리는 어떤 존재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입력 2020-09-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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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현 퍼셉션 대표

겨우 찾은 일상의 루틴이 깨지고 주변이 불안해지는 코로나블루, 움직이는 힘보다 가만히 있어야 하는 인내가 더 필요한 시간에 우리는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지난 주말, 여성들의 커리어 성장플랫폼 ‘헤이조이스’에서 열린 비대면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했다. 대주제가 ‘돈’이며 특별한 기회를 만나기 위한 ‘퍼스널브랜딩’ 이야기를 해 달라는 부탁에 돈을 피해가는 사람인 내게 너무나 어려운 주제라 고사했더니 경제적 자본이 아닌 사회적 자본을 위한 브랜딩도 좋겠다는 피드백이 왔다.

어느때보다도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받기를 원하며 각자 ‘어떻게 살 것인가’ 끊임없이 되뇌인다. 빠르게 변하는 복잡한 사회에서 중심을 잡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이 과정은 어떤 대상의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딩’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브랜드는 이름이나 심볼 등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며 브랜딩은 남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꾸미는 것이 다가 아니다. 상품이나 기업, 도시나 국가,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브랜딩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상 청중이 듣고 싶은 이야기로 치환해 전달하는 과정, 그들이 나에게 애착을 가지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모든 노력을 의미한다. 브랜드는 사고이자 형식이며 내재적 기준이자 외재적 실천의 축이다. 브랜딩은 고유성을 지닌 내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고 나의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 여러 관계 속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내 안의 나를 컨설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역량과 지향가치를 지녔는지, 나를 중심으로 한 여러 이해관계그룹에서 그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를 어떤 과정의 접점들로 경험하게 할 것인지, 오감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나’라는 브랜드를 단단하게 만들어 볼 수 있다. 자기만의 기준을 일관되게 실체화하는 과정인 브랜딩에는 전제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MI(Mind Identity), BI(Behavior Identity), VI(Visual Identity)가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딩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잘 하기는 어렵다. 자기가 약속한 소신대로 사는 것이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전적 기질을 타고 태어난 브랜드는 성장하면서 다양한 맥락을 만나고 때로는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의사결정 기준은 내성을 키우고 주변의 좋은 에너지를 끌어들여 괜찮은 모습으로 진화하는데 중요한 요건이다. 브랜드의 성장에는 생각하는 힘, 행동하는 힘, 자존감과 유연성이 필요한데 좀 더 매력적인 브랜드가 되려면 ‘듣는 힘’과 ‘노는 힘’을 키워야 한다. 내면의 목소리와 외부의 목소리를 균형감있게 듣는 것은 나를 단단하게 하는 데 큰 동력이 되는데 모든 것을 다 들으려는 것만 주의하면 된다. 지루한 것 만큼 별로인 브랜드도 없을텐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일상의 아주 작은 나만의 ‘노는 법’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일상과 비일상에서 각자의 노는 법을 아는 브랜드는 다양한 변주를 하며 오래토록 잘 살아갈 수 있다.

사회적 자본 축적에 ’퍼스널브랜딩‘이 필요하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렇게 매력적인 내가 여기 있소‘ 이야기하려면 브랜딩은 너무 당연한 것 아닐까. 스스로 ‘내 존재의 이유’를 정의하고, 만들고 싶은 가치를 ‘나 다운 모습’으로 세상에 펼쳐내야 한다. 대체불가한 존재가 되어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퍼스널브랜딩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이전에 ‘내가 내 기준을 만들기 위한 것’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다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상대가 들을 수 있는 표현으로 전달해야 하며, 때때로 아무도 듣지 않는데 혼자 안간힘을 쓰는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마땅히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고 그 책임을 다 할때 존재할 가치가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어지러운 사회일수록 좋은 삶,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자기 잠재력을 끌어올려 삶을 완성시켜 나가는 존재의 미학을 되살려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GMC2020)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의 삶을 그리는 아티스트이며 그 펜은 우리 스스로 쥐고 있다.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부담이 큰 시기인만큼 나를 만나는 시간을 조금 더 의미있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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