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가 스마트 공장 확대에 속도를 낸다.
스마트 공장은 제품 기획부터 설계, 생산, 유통, 판매 등 제조업 전 과정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공장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제품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제약·바이오업계는 의약품 개발부터 제조, 판매 관리에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해 의약품 불량률을 줄이고, 소비자 안전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공장 확대에 나섰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가운데 스마트공장 운영의 선두주자로는 꼽히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2017년부터 경기도 화성시 팔탄 공단에서 스마트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의 고형제 전용 공장으로, 자동화 90%를 구현한다. 수직형 생산 구조로 이뤄진 스마트 공장은 6~7층 고층부에서 의약품 원료 제조가 시작되고, 아래층으로 이동하며 최종적으로 1층에서 완제품이 포장된다. 완제품은 최종 확인을 거친 뒤 자동화 물류창고로 이동한다. 한미약품의 스마트 공장은 생산, 설계, 판매, 유통 등 전 공정을 RFID(무선 인식 태그) 기반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한미약품은 이곳에서 연간 최대 60억 정의 의약품을 생산 중이고, 생산 규모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후발주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움직임도 분주하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4월 충남 예산에 스마트 공장을 건설한 후 같은 해 12월 첫 제품을 생산했다. 생산부터 포장, 배송까지 원스톱 일괄 체계로 구축해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된 스마트 공장으로, 생산 능력은 연간 내용고형제 8억7000만 정, 항암 주사제 600만 바이알(약병), 물류 4000셀(cells) 등으로 기존 안산공장보다 약 3배가 늘었다.
종근당은 기존 천안 공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비교적 무인화, 자동화가 쉬운 고형제 라인부터 스마트 공장으로 구축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계열사인 종근당건강은 충남 당진시 합덕읍에 대규모 스마트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1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전체 면적 4만1042㎡의 부지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건설된다. 유산균 전용 분말생산설비와 최첨단 연질캡슐 제조설비, 홍삼 등 액상제품 자동화 생산설비 등을 갖추게 된다. 합덕 신공장이 완공되면 판매액 기준 현재 2500억 원 규모의 생산시설이 1조 원 규모로 4배 증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해 협동 로봇 개발·생산 회사 ‘로보터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 공장 사업을 준비 중이다. 동구바이오제약 측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11월부터 신규설비를 가동했는데 아직 무인화, 자동화가 이뤄지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로보터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 공장으로 구축하기 위해 업체랑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추후 화성 공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구축한 뒤 자사 공장을 대표 모델로 만들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스마트 공장 건설을 지원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제약업계의 스마트 공장 수준은 설비의 자동화, 무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글로벌 기준에 못 미친다고 평가한다. 박정수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교수는 “현재 제약업계 스마트 공장은 설계, 생산 등 공정 자동화, 무인화 등 설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진정한 스마트 공장은 전사적인 지능화가 이뤄질 때 가능하다. AI, 빅데이터, IoT 등을 통해 다양한 수요를 예측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찾을 수 있을 때 스마트 공장이 구축됐다고 본다”라며 “그러려면 스마트 공장 설비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