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지난주 민주당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당 대선 후보로 확정한 만큼 이번 대선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양자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으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두 주자는 코로나 대응과 경제 회복, 인종 간 갈등 봉합,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 등을 내걸고 11월 3일까지 남은 70일 간 대혈전을 벌이게 된다. 굳히기 아니면 뒤집기다. 승리의 여신은 과연 누구를 향해 미소 지을 것인가.
◇트럼프 재선 열쇠는 ‘경제 살리기’=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열쇠는 단연 경제 살리기다. 순항하던 미국 경제는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만났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5.0%(전기 대비·연율)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이보다 더 심각한 -32.9%로 73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또 3월까지 완전 고용에 가깝던 실업률도 4월부터는 계속 두 자릿수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재선을 놓친 대통령은 제럴드 포드와 지미 카터,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뿐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기 침체와 경제 정책 실수였다.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트럼프가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는 건 당연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3월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추가 부양책이 의회에서 체류하자 얼마 전에는 멋대로 안을 만들어 행정명령에 서명까지 해버렸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와중에 현직인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또 트럼프는 ‘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비상사태를 선포한 3월 중순 이후 매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시위 등 악재가 겹치면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바이든에 역전당한 지 오래다. 미국 정치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코로나19 대응의 성패가 재선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트럼프의 신임 투표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좌파 프레임’ 딜레마에 빠진 바이든=온건파인 바이든은 좌파까지 끌어 안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승리의 열쇠를 쥔 좌파를 잡기 위해 좌파의 대표 격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손 잡았다. 그러나 큰 정부를 지향하는 좌파 정책을 도입할수록 ‘바이든=사회주의자’라는 프레임이 강해지는 딜레마를 안게 됐다.
갤럽의 2019년 정치사상조사에 따르면 ‘보수파’라고 답한 미국인은 37%, 좌파는 24%, 그 중간인 온건파는 35%였다. 트럼프는 기독교 보수파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온건파로 여겨지는 바이든은 도시지역에 많은 좌파와 온건파의 지지를 모두 얻는 전략을 그린다.
그 전략의 시금석이 샌더스와의 정책 조율 워킹그룹이다. 하지만 상충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샌더스는 민간의료보험을 폐지해 공적보험으로 일원화하는 전국민보험 구상을 내걸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액 의료비 청구에 대한 불안이 퍼지면서 이 구상은 인기가 높아졌다. 하지만 바이든은 지금까지 전국민보험 실현에는 “중산층의 증세가 필요하게 된다”며 반대해왔다.
바이든이 당내 결속을 중시하는 이유는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쓰라린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반감을 가진 샌더스 지지자들이 본선에서 투표를 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 결과적으로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든이 좌로 향할수록 트럼프에게 비판의 여지를 줄 위험도 커진다. 트럼프는 민주당을 사회주의 세력으로 간주하며 자신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지킬 대선 후보라고 주장한다.
다만, 바이든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낙점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해리스는 라틴계와 인도계 부모를 둔 혼혈로, 인종 다양성 측면에서 바이든에 큰 힘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해리스는 언변이 좋아 토론에도 강하고, 79세로 고령인 바이든이 직면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