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선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금융위기급 특수상황을 제외하고 공매도를 완전히 막는 나라는 없다. 나라별로 규제 수준이 다를 뿐이다.
지난 3월 중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납19) 대유행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자 한국을 포함해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나라들이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 국가가 지난 3월 19일 전후로 공매도를 한 달가량 제한했다. 이후 1차례 기간을 연장하면서 공매도는 지난 5월 18일부터 가능해졌다. 이탈리아의 경우 6월 18일까지 공매도를 제한하려다 1개월 조기 종료하며 이웃국가과 함께 공매도를 재개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4개국이 지난 3월부터 공매도 제한을 시작했다. 대만의 경우 기한이 6월 30일이였으나 6월 19일에 조기 종료했다. 나머지 나라들은 현재도 공매도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요 선진국인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지난 3월 중 금융 충격에도 공매도 거래를 막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추이 등 국가별 상황이 다르므로 공매도 여부로 지수 움직임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지만 공매도를 막다가 재개한 나라들이 서서히 상승 탄력을 잃는 모습은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유럽 6개국들의 주가지수는 공매도 재개 이후 처음 한 달간 14% 상승했다. 이 기간 공매도 금지를 유지한 아시아 4개국(8.7%)보다 수익률이 앞선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상황이 역전됐다. 이후 유럽 6개국의 주가지수는 6~7월 2.8%, 7~8월 -0.6%를 기록했다. 아시아 4개국 주가지수는 6~7월 3.7% 평균 상승률을 기록하고, 이후 공매도를 종료한 대만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국이 7~8월 평균 4.3% 올랐다.
국내 공매도 제도는 주요 선진국 대비 규제가 가장 엄격한 편이다. 가격 규제책인 ‘업틱룰’을 전면 도입한 곳은 홍콩과 한국이 유일이다. 업틱룰은 공매도에 의한 인위적인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직전 체결가격 이하의 공매도 호가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업틱룰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주가가 장중 전일 대비 10% 이상 하락한 경우에만 업틱룰을 적용한다.
또 주가 하락과 공매도 규모가 크게 증가한 개별 종목에 대해 다음날 공매도를 금지하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는 한국만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다만 국내 공매도 제도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빌리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외국인과 기관의 ‘놀음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공매도 거래의 개인 투자자 비중이 25%에 달하는 일본 사례를 참고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일본 증권업계는 개인을 대상으로 주식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가 보유한 주식만으로 서비스를 하면 수량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중앙집중방식으로 주식을 전문적으로 빌려주는 금융기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