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은 공장, 여성은 간호사로"…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기록들

입력 2020-08-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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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까지 예약 시 일반인 관람 가능

▲조선총독부 관변잡지였던 '가정지우'. 중일전쟁 이후 여성에게 후방의 부인과 가정의 역할을 강조한 잡지다. 궁극적으로 이들의 전시 동원을 목적으로 했다. (김소희 기자 ksh@)
"1933년 일제 강점기 당시 총독부는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하게 됩니다. 학교는 방공을 수행하는 곳이었고,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됐죠. 아동과 여성은 민방공 대상이 됐고요."

13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조건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제 강점기 시절 아동과 여성 강제동원과 관련한 기록을 살펴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국가기록원, 국립중앙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일제 강점기 자료 공동전시 '전쟁에 동원된 아동과 여성'을 위해 각 기관에서 소장해오던 일제강점기 기록을 공개하고 나섰다. 그동안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아동과 여성 강제동원 관련 기록과 이를 정당화하고 선동하기 위해 활용된 신문기사와 문헌 등 35여 점이 최초로 민간으로 나왔다.

국가기록원은 학적부와 유수명부를 통해 학생 때부터 성인까지 강제동원된 역사를 내보였다. 이영도 국가기록원 연구관이 직접 초등학생 때부터 국내 노역현장에 강제동원한 '학도동원' 내용이 담긴 학적부, 여성동원을 보여주는 간호부 관련 명부, 학생의 이름이 적힌 일선 파견부대 군인·군속 명부인 '유수명부'와 '공탁서', '병적전시명부'를 소개했다.

1944년 3월 각 도지사와 직할 학교장 앞으로 보낸 문서인 '학도동원 비상조치요강'에는 강제노역을 교육으로 표방했다. 충남 공주 장기국민학교 학생의 '근로동원에 관한 아동조서' 문헌을 보면 초등학교 6학년 학생임에도 강제로 노역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영도 연구관은 "어린 학생들이 거의 매일 동원됐다는 기록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산업전사'라는 이름으로 동원되기도 했다. 전시된 신문에는 중학교 학생들이 광산과 공장 등에 '소년공' 또는 '산업전사'라는 이름으로 동원됐다고 기술돼 있다.

▲13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국립중앙도서관, 국가기록원, 동북아역사재단은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아동과 여성의 강제동원 기록을 공개했다. (사진제공=국립중앙도서관)

여성을 간호부 등에 동원하기 위해서 일본은 신문에 여성 간호부를 '백의의 천사'로 선전하기도 했다. 이들 명부에는 적간(적십자간호부), 구간(구호간호부), 보간(보조간호부), 임간(임시간호부) 등 등급 등이 자세히 명시돼 있다. 이를 위해 경성과 청진의 병원에 간호부 양성반을 설치하고, 간호부로 동원된 여성들에게 일본군 가미가제와 같은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간호부 동원 규모는 크지 않으나 그 자체가 여성의 직접 동원 방식이라는 게 조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일본은 조선 여성이 전쟁에 동원된 남편을 생각하며 밤마다 물을 떠놓고 기도를 드리는데, 일본 천황을 위해 남편이 헌신하고 용감하게 싸우다가 죽기를 바란다고 했다는 식으로 '전시미담'을 만든다. 이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잡지에 기재함으로써 조선인을 선동하는 데 적극 활용했다.

국가기록원 등 3개 기관은 이번 공개를 계기로 그동안 각 기관 차원에서 머물렀던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기록 분석, 데이터베이스(DB)구축 등 관련 사업과 연구를 공동 추진할 방침이다. 다음달 4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공동 전시행사를 진행된다. 일반인들도 이달 말까지 예약하면 국립중앙도서관 1층에서 볼 수 있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이번 기록물 공개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각 기관이 강제동원 관련 명부와 기록을 지속해서 수집·정리·분석해 공개하는 등 학계와 함께 강제동원 연구의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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