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폭주하고 있다. 전셋값은 평균 5억 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최근 1년 새 3500만원 넘게 오른 것이다. 물량은 그야말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지 거의 2주 만에 15.7%의 전세 물량이 자취를 감췄다.
13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9922만원으로 2년 전인 2018년 7월(4억5046만원)보다 4876만원(10.8%) 상승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실거주 등 이유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못하고 서울에 새 전셋집을 구하려면 5000만 원가량이 더 필요한 셈이다.
또 1년 전(4억6354만원)과 비교하면 3568만원(7.7%) 높아진 것으로, 최근 1년간 전셋값 상승이 그 이전 1년 동안보다 가팔랐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5억 원 턱 밑까지 쫓아온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말 임대차법 통과 이후 급등세가 이어진 것을 고려하면 이달(8월) 5억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3만2505건으로 지난달 29일(3만8557건)보다 15.7% 감소했다. 집주인들이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월세나 반전세 등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세 물건이 줄면서 가격은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이날 내놓은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8월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4% 올랐다. 계절적 비수기와 장마 등의 영향으로 전주(0.17%)보다는 상승폭이 조금 줄었지만, 오름세는 59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기존 전세의 재계약 사례가 늘면서 시장에 유통되는 전세 물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며 “입주 물량이 많은 곳을 제외하곤 당분간 전셋값 강세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