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넘어 점프코리아] 한국, 40억 달러 굴리는데 필요서류만 4000건...일본의 4배

입력 2020-07-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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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7-28 17:30)에 Channel5을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 본격화' 한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각축 양상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가 흔들리면서 아시아에서 홍콩을 대체할 새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일본, 싱가포르, 대만이 각축을 벌이는 양상이다.

일본 도쿄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초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일본이 현지 금융 인재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며 “우리는 홍콩을 포함해 외국 인재들을 환영한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과 더불어 아시아 금융허브 양대 축이었던 싱가포르도 전 세계 금융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만도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중이다. 황톈무 대만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홍콩은 물론 아시아 다른 지역의 자본과 금융인재들에게 대만이 어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야심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부각된 K방역 등 안전지대 인식에도 불구하고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 금융허브 다시 나선 한국, 글로벌 전문가 반응은 회의적 =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홍콩보안법이 금융허브로서의 성공에 결정적이었던 홍콩의 자율성과 자유를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면서 한국이 홍콩의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매력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한국은 홍콩과 싱가포르, 일본 도쿄와 경쟁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 금융허브 도약 계획을 오래전부터 추진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은 복잡한 규제 등을 이유로 싱가포르 등 다른 경쟁국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금융허브 계획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세계 표준과 동등한 수준의 인프라’, ‘행정적 지원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개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SCMP는 문 정부가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서울시는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 필수적인 규제 완화에 한계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금융허브 특성에는 자유로운 외환 거래와 낮은 세금, 정부 지원책, 전 세계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글로벌 도시 이미지 등이 있다며, 한국은 현대적인 기업 인프라가 있지만 강하면서도 불투명한 규제, 영어에 능통한 금융 전문가 부족, 비교적 경직적인 노동시장 등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영국 금융권에 종사했으며 현재 비정부기구인 서울파이낸셜포럼 비상임 이사로 재직 중인 행크 모리스는 “외국 금융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한국 정부가 원화를 완전히 자유롭게 환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규제가 너무 방대해 이를 지키기 위한 비용이 큰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 외국 자산운용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서 약 40억 달러 자산을 운용하면서 제출해야 할 서류가 연간 4000건에 이른다”며 “그러나 일본에서는 400억 달러를 관리하지만, 서류 제출은 1000건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 일본 도쿄, 특례·감세 등 인센티브로 유혹 = 일본은 새 금융허브로 부상하려는 야심을 노골화하며 각종 인센티브 마련에 적극적이다. 아베 총리는 “도쿄가 금융산업을 위한 매력적인 비즈니스 장소가 돼 세계 각국 인재와 정보, 돈을 모으는 국제도시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허브가 되려면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이달 초 홍콩 인재들을 겨냥해 체류 기간 연장 등 특례를 적용하거나 기업 유치를 위한 감세에 나서는 등 인센티브 검토에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정보통신(IT) 등 첨단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일본 체류 기간을 결정할 때 가산점을 주는 데 이를 금융 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영주권 취득에 필요한 체류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는 물론 투자세를 감면하고 임차료를 경감하는 대책도 논의되고 있다. 2017년 일찌감치 ‘글로벌 금융도시:도쿄 프로젝트’에 착수했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도 이달 재선에 성공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도쿄에 대한 평가도 박하다. 가장 큰 장애물은 높은 세금. 일본의 자본소득세율은 17%다. 강력한 경쟁 상대인 싱가포르는 제로(0)%다. 법인세 역시 아베 정권 들어 인하되긴 했지만 여전히 30% 수준이다. 이에 반해, 싱가포르는 17%로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주목받는 싱가포르 “홍콩과 경쟁 관계 아냐” = 싱가포르는 금융허브 경쟁에 나선 국가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핀테크 업체 니트(Neat)의 데이비드 로사 최고경영자(CEO)는 “홍콩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싱가포르가 최대 승자가 될 것”이라며 “싱가포르는 공식 언어가 영어로 오히려 홍콩보다 낫고 규제는 다른 곳보다 월등히 효율적이다. 공항 접근성도 좋다”고 설명했다. 낮은 세금 부담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취임하는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의 알렉산더 폰 주르 뮬렌 아시아 담당 신임 CEO는 전임자와 달리 홍콩 대신 싱가포르에 거점을 둘 계획이다. 도이체방크가 아시아 CEO를 홍콩 외부에 두는 것은 최소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싱가포르는 주식과 기업공개(IPO)에 있어서 홍콩보단 못하지만 일정수준 경쟁력을 갖춘 상황이다. 실제 글로벌 헤지펀드들 중 대형사는 홍콩에 있지만, 그보다 작은 펀드들은 싱가포르에 터를 잡고 있는 중이다. 반면 글로벌 상품거래에 있어서는 싱가포르가 홍콩에 앞선다. 현재 400곳 이상의 원자재 트레이더들이 싱가포르에 있으며 이들의 거래액은 연간 1조 달러가 넘는다. 이는 아시아 상품거래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 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하루 외환 거래량이 6330억 달러로, 홍콩(6320억 달러)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영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싱가포르는 홍콩과 막상막하로 경쟁하고 있다. 홍콩은 중국 본토시장에의 접근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에 있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싱가포르가 12%, 홍콩은 16%다.

다만 중앙은행 격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은 16일 성명에서 “홍콩을 포함해 다양한 곳에서 싱가포르로 들어오는 자금이 늘어나고 있지만, 홍콩에서 우리에 유입되는 자금과 기업활동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홍콩보안법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아직 아시아 금융과 비즈니스 허브로서 홍콩의 지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라비 메논 MAS 국장은 “금융업계 대부분이 홍콩과 싱가포르 모두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홍콩보안법과 같은 이슈로 일부 금융기관이 어느 곳에 더 투자를 늘릴지 진지하게 고려할 수는 있어도 아예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그는 “사실 싱가포르 관점에서 우리는 홍콩의 성공을 원한다”며 “그곳 사정이 잘못되면 싱가포르에도 좋지 않다”고 전망했다.

◇ 다크호스 대만 = 지금까지 주목을 받지 않았던 대만은 홍콩보안법을 기회로 금융허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만은 홍콩을 떠나는 사람들의 취업과 이주 지원을 전담하는 ‘대만-홍콩 서비스·교류 사무소’를 7월 초 개설했다. 이 사무소는 홍콩 반체제 인사들을 지원하는 것 이외에도 대만으로의 이주를 원하는 기업들에게 상담에서부터 등록, 사무실 입주지 선택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대만은 IT 기업들을 유치할 수는 있더라도 부족한 금융 인프라와 대만 달러의 ‘불태환성(Inconvertibility)’으로 금융허브가 되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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